'윤석열' 없었던 '윤석열의 시간'... 갈등으로 허비한 골든 타임

입력
2021.12.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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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이준석과의 갈등만 표면화
메시지·공약은 실종... 리더십 위기

'윤석열의 시간'이었지만 '윤석열'은 없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지 1일로 27일째.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아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이준석 당대표와 대결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 윤 후보의 대선 비전보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거취가 주목받는 상황이 계속됐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는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리더십과 결단력, 메시지 관리 능력에 물음표를 남겼다.

초반 3주는 김 전 위원장과의 신경전이 사실상 모든 이슈를 가렸다. 선거대책위 전권을 달라고 하는 김 전 위원장을 달래지도, 끊어내지도 못한 채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 김 전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인선을 포기하고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은 지난달 26일. 윤 후보가 무대에 오를 차례였지만, 이번엔 이 대표가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고 잠적하면서 시선을 빼앗아갔다. 위기가 위기를 낳는 형국이다.

'김종인' '이준석'이 더 많이 회자된 한 달

지난 27일간 윤 후보가 명실상부한 주인공이었던 적은 별로 없다. 지난달 5일 대선후보가 된 직후 “우리는 원팀이고 정권 교체의 대의 앞에 분열할 자유도 없다”며 스스로 원팀의 구심이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원팀을 만들지 못했다.

선대위 인선부터 꼬였다. '김종인 원톱 선대위'냐 '김종인·김병준·김한길의 3김(金) 선대위냐' 사이에서 결단이 늦어지면서 윤 후보는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윤 후보는 “선거 운동이 더 지체돼서는 곤란하다”(11월 25일)고 다급함을 토로했지만, 선대위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일정과 메시지 조율 등 대선후보 선대위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도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다.

그사이 이재명 후보는 변신과 쇄신을 거듭하며 질주하고 있다.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우위였던 대선후보 지지율도 어느새 박빙 구도로 바뀌었다.

와중에 윤 후보의 핵심 측근들이 이준석 대표를 홀대한다는 이른바 ‘이준석 패싱’ 논란이 또 다른 분란을 키웠다. 이 대표가 1일까지 이틀째 당무를 거부했지만, 윤 후보는 적극적으로 수습하지 않았다. 문제는 갈등이 길어지면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윤 후보라는 것이다.


이슈 중심에서 사라진 메시지와 비전

크고 작은 갈등이 윤 후보의 메시지와 비전을 가렸다. 윤 후보는 1호 대선 공약조차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 비판에만 의존하는 전략상 한계가 노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끝내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11월17일 페이스북)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파괴 정부”(11월21일 페이스북) 같은 메시지의 파괴력은 크지 않았다.

윤 후보가 지난달 14일 낸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 공약은 반향이 컸다. 하지만 비슷한 발언을 변주하면서 현실성 있는 후속 대책을 제시하지 않아 이슈를 더 키우진 못했다.

윤 후보는 이번 주 들어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충청을 찾아 "나는 충청의 아들"이라고 호소하고, "모든 정부 부처에 청년 보좌역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자력할 수 없는 후보' 이미지 탈피가 과제

윤 후보가 선을 그었음에도 '김종인'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선대위 주변에 어른거린다. "이렇게 가면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읍소하는 날이 올 수밖에 없다"(국민의힘 당직자)는 말이 공공연히 당내에서 오르내린다. 정치 신인인 윤 후보가 여전히 '불안한 대선후보'로 비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후보는 위기에 맞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위기이니 김종인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윤 후보에게 마이너스”라고 짚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