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속 민주당이 믿는 구석은... ①'경제 대통령' 이재명 ②김건희 리스크

입력
2021.12.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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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은 우리가 5%포인트는 기본으로 접고 가는 선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과 거대 여당의 오만·독주 등에 따른 정권교체 여론이 각종 조사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터라 선거구도상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얘기다. 한 중진 의원은 "대선 여론지형의 기본값이 '이재명 40% 대 윤석열 45%'로, 윤 후보가 5%포인트만 더 얻어도 승리하는 게임"이라며 "정말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낙관론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믿는 구석은 크게 두 가지다. ①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경제·정책 능력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이고 ②윤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후보도 1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아직 시간은 많다"며 윤 후보를 역전하는 '골든 크로스'를 자신했다.

與 "경제·민생은 이재명" 인물론 강조

민주당에선 이 후보의 인물경쟁력이 불리한 여론지형(정권심판론)을 넘어설 수 있는 동력으로 본다. 지난달 27~28일 실시한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 과제를 잘 해결할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 이 후보를 꼽은 응답자는 39.3%, 윤 후보는 26.9%였다. 지난달 26~28일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52.4%인 반면, 윤 후보는 41.7%에 그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운영 능력과 경제능력 평가는 보수 후보가 진보 후보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례적인 결과"라며 "이 후보가 연일 '경제·민생 대통령'을 강조하는 배경"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때도 정권 교체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인물 경쟁력의 우위를 앞세워 당선됐다. 당시 경제 문제에 대한 후보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항상 1위를 기록했다.

여권 관계자는 다만 "'박정희 신화'의 상징으로서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서 경제민주화 등 과감한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었던 당시 박 후보와 현재 이 후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尹 부인 '주가 조작' 의혹 수사에 기대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도 민주당이 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 조작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최근 권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기소됐고 현재 김씨에 대한 수사만 남아 있다.

민주당은 김씨가 기소될 경우,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미지에 맞서 윤 후보가 강조해온 '공정'이란 가치가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27, 28일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부정비리 척결을 가장 잘할 후보'로 윤 후보(38.9%)가 꼽혔고, 이 후보는 27.6%였다.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도

이를 두고 민주당의 지나친 낙관론이란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세대별로 볼 때 이 후보가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것은 40대뿐이고 지역별로는 호남 외에는 우세지역을 찾기 어려우며 이념별로는 진보층 유권자가 많이 축소됐다"며 "과감한 변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세대·지역·이념의 '3중 포위망'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낙관론의 기저에는 '누가 윤 후보를 찍겠느냐'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 바닥 민심에선 '민주당만 아니면 누구든 찍겠다'는 반응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