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이 ‘위험작업 거부권제’를 시행한다. 현장 근로자가 작업 환경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을 경우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장치로,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강화 목적이다. 민간 기업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향후 공공부문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서울시설공단은 1일 “서울어린이대공원과 지하도상가 등 공단에서 운영 중인 24개 사업장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위험작업 거부권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설 점검이나 보수와 정비 작업 시 근로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작업 전이나 도중에 일을 스스로 중단하고 관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안전시설 미비나 개인의 신체 질환, 예정된 인력 규모의 미배치 등 근로자 스스로가 산업재해 발생 위험을 인지했을 경우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서는 “근로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규정한 ‘위험작업 중지권’이 있다. 하지만 규정 자체가 포괄적이라 이를 보완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제도를 도입했다는 게 시설공단 측 설명이다. 제도 보완과 개선이 이뤄지면 향후 하청업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민간 기업들은 이미 '위험작업 중지권제' 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국내외 총 84개 건설 현장에서 2,175건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있었다. 월평균 360건으로, 이 중 98%(2,127건)는 작업중지 요구 후 30분 이내에 조치가 가능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보다 철저히 작업중지권을 실행할 수 있도록 모든 작업 전, 서면으로 작업중지권에 대해 안내하고 실행 동의 서명을 받는다"며 "모든 사업장에서 직영과 협력사 직원 구분 없이 적극적으로 작업중지권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근로자나 노조가 제도를 합법적인 태업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그간 발생한 현장 근로자들의 재해 상황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위험작업 거부권 행사 시, 1차로 해당부서에서 심의한 후 거부권 행사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바로 작업을 재개토록 하고 있다"며 "해당부서에서 위험 판단이 곤란할 경우, 노사가 참여하는 2차 위원회로 이관해 최종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