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네 번째 도전

입력
2021.11.30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총선을 마지막으로 정계를 은퇴했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뽑을 후보가 없다는 선거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귀 기울일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100일도 남지 않아 어느 정도 구도가 짜인 대선판에 노정객의 귀환은 그야말로 뜬금없는 소식이다. ‘노욕과 노추, 대통령 병’이라는 조롱과 비아냥이 쏟아져도 손 전 대표로서는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

□ 앞선 세 번의 대권 도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신창조국가’를 외쳤던 2007년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고 2012년에는 문재인 후보, 2017년에는 안철수 후보에게 밀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오가며 부지런히 대권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예선에서 탈락했다. 분권형 대통령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의 정치개혁 소신은 높은 현실 정치 벽을 넘지 못했다. 손학규 정치인생의 최대 성과는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 하나뿐이라는 냉소적 평가를 본인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 네 번째 도전에서도 대권을 잡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재명과 윤석열의 계가(計家) 싸움으로 굳어지는 판에 70대 노정객이 끼어들 틈은 없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조직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자금력과 비교해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런 마당에 “무소속으로 캠프 없는 대선을 하겠다”니 무모한 도전은 의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4자 또는 5자 구도의 틈바구니에서 손학규 계보의 부활을 도모하려는 정치적 계산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손 전 대표가 모든 걸 내려놓고 대선에 나선다는 점이다. 그는 네 번째 출마선언에서 ”돈도 조직도 없이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심정으로 나왔다”고 했다. ‘누가 덜 나쁜 놈인가’를 가르는 선거판에서 누구도 말하지 않는 미래 비전과 정치개혁의 거대 담론을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다. 무모한 도전의 성공여부를 떠나 산전수전 다 겪고 은퇴한 노정객이 대선 국면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정치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정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