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 상승폭이 둔화하면서 집값 하락 전환을 전망하는 시장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본 중개업소의 비중이 상승을 예상한 비중을 1년 반 만에 앞질렀고,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물도 쌓이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5.4포인트 하락한 99.3이다. 이 지수가 100선 이하로 떨어진 건 지난해 5월(99.0)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수도권과 서울의 전망지수도 각각 95.9, 94.1로 내려가 1년 반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4,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3개월 뒤 아파트 가격에 대한 전망을 물어 산출한 지표다. 0~200 범위에서 100 미만인 경우 '하락' 응답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가격 상승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최근 주택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달 서울 주택가격 월간 상승률(0.73%)은 6개월 만에 0%대를 기록했다. 수도권(1.11%)도 지난해 10월(0.81%) 이후 최저 상승률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보유세 부담 등으로 집값이 주춤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매수세가 꺾이면서 한동안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던 거래시장도 '매수자 우위'로 재편되고 있다. 이달 수도권 매수우위지수(73.4)는 전월보다 29.4포인트 하락해 6개월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70선까지 내려온 건 지난해 5월(67.5)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이미 매수우위지수가 두 자릿수로 떨어진 전국과 서울은 하락폭이 더 커져 이달 각각 75.5와 66.9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국 매수우위지수가 고점을 찍은 지난 8월(114.8) 말 대비 이날 전국 17개 시·도의 아파트 매물은 최소 4.8%(강원)에서 최대 44.4%(인천) 늘었다. 경기(6만879건→7만7,829건)와 서울(3만8,826건→4만4,151건)도 각각 27.8%, 13.7% 증가했다.
다만 집값이 하락 전환되더라도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일시적 조정'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박원갑 위원은 "현 추세로는 다음 달쯤 지방과 서울 강북권 일부가 하락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선 이후에도 이 같은 약세 국면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