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살인' 김병찬 "죄송하다" 말만 10차례... 마스크는 안 벗어

입력
2021.11.29 08:55
29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 포토라인
'마스크 벗어줄 수 있느냐' 질문에 "죄송"
경찰, 보복살인 스토킹법 등 혐의 8개 적용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김병찬(35)이 29일 검찰에 넘겨졌다. 김씨는 신상공개 대상이었지만 이날 취재진 앞에서 "죄송하다"는 입장만 밝힌 채 마스크를 벗지 않고 호송차에 탑승했다. 경찰은 김씨의 혐의를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살인 혐의로 바꿨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포토라인에 섰다. 마스크는 착용했지만 모자는 쓰지 않았다. 그는 '살인 동기가 무엇이냐' '계획 살인을 인정하냐' '피해자를 스토킹한 이유가 무엇이냐' '반성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씨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묻자 "정말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2분 남짓 10여 차례 죄송하다고 언급한 뒤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인 김씨는 '마스크를 벗어줄 수 있느냐'는 취재진 요청에 "죄송하다"며 벗지 않았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8일 인권보호 차원에서 신상공개 지침을 개정했다. 당초에는 피의자 얼굴을 노출하는 방법에 대해 '호송·송치 등 경찰관서 출입 또는 이동 시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라고 규정돼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법으로'라는 대목이 삭제됐다. 모자나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의미다.

경찰은 김씨에게 특가법상 보복범죄(살인 및 협박),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 상해, 주거침입, 특수협박, 협박, 특수감금 등 8가지의 혐의를 적용했다. 특가법상 보복범죄 살인 혐의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형법상 살인 혐의(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보다 형량이 무겁다.

김씨는 이달 19일 전 여자친구 A씨 집에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씨는 수개월간 "다시 만나 달라"며 자신을 괴롭혀온 김씨를 여러 차례 신고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다. 김씨는 범행 하루 전 상경해 모자와 흉기를 구입했다.

오지혜 기자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