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행보가 부쩍 바빠졌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원톱'으로 세우며 선거대책위원회를 정비하는 동시에 지역·현장 행보를 재개해 국민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문제에 더 이상 얽매일 수 없다는 판단에 가속 페달을 힘껏 밟는 모습이다.
윤 후보 측은 '후보 중심' 선대위 구성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합류가 불투명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력투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본인이 영입한 김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고 자녀 부정채용 의혹이 제기된 김성태 전 의원의 직능총괄본부장직 사의를 즉각 수용한 것도 그래서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28일 "내일(29일) 첫 선대위 회의에서 공동선대위원장과 일부 특보 등 추가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정조준했다.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 조카의 살인사건을 변호한 것을 거론하며 "전제적 사고와 판단 기준, 폭력적 심성은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맹공했다. 당 내에선 "상대 후보를 직접 때리는 전략적 발언으로, '원톱'으로서 무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간 말과 행동을 최소화하며 '가만히 전략'을 구사하던 윤 후보도 대외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줄다리기로 컨벤션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가 꺼지면서 이 후보와 승부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가자 조급해진 모습이다.
당 안팎의 '올드보이 선대위'란 비판을 의식한 듯, 윤 후보는 주말 동안 청년을 챙기기에 나섰다. 전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청년작가특별전을 관람한 데 이어 이날 후보 직속 조직인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의 제안을 정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선대위 내에도 별도 청년본부를 두기로 했다.
지역 순회도 재개한다. 2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충청을 찾아 '캐스팅보트' 지역인 중원 민심을 붙잡기 위해서다. 29일 세종과 대전을 시작으로 30일 충북, 다음 달 1일 충남을 도는 일정인데, 충남 공주가 부친 고향인 만큼 '충청대망론'에도 불을 붙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충청 순회 첫 일정으로 29일 세종시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밀마루 전망대를 찾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세종시 설계자'를 자처하는 김 위원장이 동행하는데, 이 역시 '김병준 원톱 체제'를 지원하려는 포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를 김 위원장 원톱 체제로 봐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톱 이런 문제는 제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알아서 판단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