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불평등이 새 변이 ‘오미크론’ 불렀다

입력
2021.1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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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000명대로 폭증
오미크론 감염 90% 이상 추정...백신 접종률 24% 
"부유한 20개 국가가 백신 89% 독점한 게 문제"
'백신 부족→면역 약화→변이 출현' 악순환 계속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출현과 함께, ‘백신 불평등 논란’에 다시 한번 불이 붙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확인됐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가 백신 부족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면역을 강화하지 못하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220명으로 지난 9월 18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만 해도 100명대에 불과했던 확진자 수는 최근 일주일 새 30배 넘게 폭증했다. 남아공 과학자들 사이에선 신규 확진의 최대 90% 정도가 오미크론 감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개도국·저개발국 간 백신 불평등이 오미크론 변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남아공 보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서방의 백신 비축이 오미크론을 불러왔다”며 “세계 모든 사람들에 대한 백신 접종 노력이 실패한 결과”라고 전했다. 실제로 전 세계 백신 총량의 89%는 20곳의 ‘부국(富國)’이 독점해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개의 부자 나라가 백신을 독점하는 바람에 백신 공동구매·배분기구인 코백스가 빈곤국에 제공할 백신 20억 개 중 겨우 3분의 2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부분의 개도국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한 자릿수에 그치는 수준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백신 접종률은 7.15%에 불과하다. 남아공 백신 접종률도 23.76%로 전 세계 백신 접종률(42.62%)의 절반에 그쳐 있다. 유럽과 미국의 접종 완료율은 각각 66%, 58%에 달한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에서 다양한 변이가 출현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프랑수아 발루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유전학연구소 교수는 “오미크론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등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한 만성 질환자의 몸 안에서 ‘폭발적 변이’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면역 저항이 덜해 바이러스가 자유롭게 변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파력도 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파 속도를 감안하면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최대 5배 강할 수 있다”(에릭 딩 미국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대유행 확산을 막으려면 백신 불평등 해소가 최우선 과제라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 최고경영자는 “전 세계에 백신 미접종자가 많다면 그만큼 변이는 계속 나타나고, 대유행도 장기화할 것”이라며 “선진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인구가 백신을 맞게 될 때에만 (새로운) 변이 출현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