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출 막히면 연락 주세요"...정부 돕고 돈도 버는 신한은행

입력
2021.11.27 10:00
4분기 117개 입주 아파트 잔금대출 점검
총량 여유 신한은행, 대출 구원투수 나서
정부 협조하고 대출 늘려 '꿩 먹고 알 먹고'

신한은행이 전국 100개가 넘는 입주 아파트 단지에서 잔금대출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소방수로 급 부상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다른 금융사의 잔금대출은 막혔지만, 대출 여력이 여유 있는 신한은행은 정부를 돕는다는 명분하에 수익도 올리는 '1석2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잔금대출 부족한 아파트, 신한은행 투입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전날 '입주사업장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4분기에 입주하는 전국 117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잔금대출 취급 현황을 점검했다. 이 단지 입주민이 필요한 잔금대출은 총 9조3,000억 원이다. 금융당국은 "26일 기준 입주를 진행 중인 88개 사업장에서 잔금대출이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사별 대출 총량을 강하게 제어하면서도 잔금대출은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상품보다 실수요 성격이 강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내 집 마련에 실패하는 입주민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대출 총량이 턱밑까지 차올라 아파트 잔금대출에 차질을 빚는 금융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출 규제를 이어가면서도 잔금대출을 무리 없이 공급하려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상황이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곳이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4분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던 지난달 초 가계대출 증가율이 3%대 초반으로 5%를 넘은 다른 은행보다 양호해, 대출 한도가 비교적 넉넉했다. 정부는 잔금대출 공급자로 신한은행을 낙점했고, 신한은행도 금융당국 요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맡았던 일부 입주 아파트 단지 잔금대출도 현재 신한은행이 소화하고 있다.

조 단위 이상 잔금대출, 추가 계약 예상

신한은행 입장에선 잔금대출 지원이 '꿩 먹고 알 먹고'다. 원활한 잔금대출 공급을 위해 정부에 협조하면서도 수익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4분기 입주 아파트 가운데 잔금대출 부족을 예방하기 위해 신한은행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곳은 많게는 전체의 80%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이 해당 단지 잔금대출을 모두 쓸어가긴 쉽지 않다. 하지만 4분기 잔금대출 취급액만 9조 원을 넘는 만큼 최소 조 단위 이상의 추가 잔금대출 계약이 예상된다. 잔금대출은 아파트라는 확실한 담보 물건이 있고 대출액도 커 금융사가 선호하는 상품인 점도 이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 단위로 잔금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은 급한 불을 꺼주는 소방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자칫 대출 총량 규제 과정에서 어부지리로 돈을 번다고 비칠까 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입지 조건이 좋지 않은 아파트 단지까지 잔금대출을 지원하고 있어 수익을 많이 낸다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며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차원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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