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쓸개·gallbladder)을 잘라내는 담낭절제술을 받으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킨슨병은 뇌 신경세포 퇴행으로 인해 강직ㆍ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徐動)ㆍ떨림 등 운동 장애가 나타나며 서서히 보행 장애가 진행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일부 환자는 단일 유전자 변이라는 유전성으로 발병하지만, 대부분 다양한 메커니즘에 의한 비유전성으로 발병한다.
이지영 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신철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경도 숭실대 박사팀과 함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10~2015년 담낭절제술을 받은 환자 16만1,838명과 담낭절제술을 받지 않은 29만6,135명을 비교ㆍ분석했다.
파킨슨병 발병의 여러 위험 인자를 보정·분석한 결과, 담낭절제술로 인한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1.14배 상승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발병 위험이 1.2배까지 상승했다. 반면 여성은 통계적 유의성을 찾지 못했다.
이지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역학 연구이므로 담낭절제술과 파킨슨병 발병 사이의 병태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제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는 △담즙산 대사 변화가 퇴행성 신경계 질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 △절대 위험도 상승 정도가 크지는 않지만 여러 위험 인자를 보정한 뒤에도 유의한 영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술로 담낭을 잘라내면 담즙 대사 과정이 바뀌면서 인체 담즙산 조성과 담즙 ‘순환 풀(pool)’이 크게 변하고, 이로 인해 장관 내 미세 물균총 변화가 생겨 ‘장내 미생물-장-뇌’ 축의 항상성 교란을 유도할 수 있다.
신철민 교수는 “담즙이 새어나가면서 초래되는 체내 미세 환경 변화는 뇌신경계 미세 염증, 퇴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이 같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메커니즘과 임상 연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 Nature)’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NPJ 파킨슨 병’의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