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2심서 사실상 무죄로 반전 "주된 목적 시세차익 아닌 지역개발"

입력
2021.11.26 04:15
징역 1년 6개월 →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 
핵심 부패방지법 무죄… 부동산 실명법만 유죄 
"개발계획 문서 받기 전에 SNS 등에 목포 언급"
손혜원 "정치검찰 잘못된 기소 증명… 누명 벗어"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될 처지에 놓였던 손혜원 전 의원이 항소심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뒤집힌 게 결정적이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변성환)는 25일 부패방지법 위반과 부동산 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손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 "시세차익이 주된 목적 아냐"

손 전 의원은 2017년 5월 18일 전남 목포시청 관계자에게 도시재생사업 자료를 받은 뒤, 같은 해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조카 등의 명의로 사업구역에 포함된 토지와 건물을 취득하고 지인과 재단에 매입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손 전 의원이 부동산을 구입한 목적은 유무죄를 가를 핵심 쟁점이었다. 지난해 8월 1심에선 경제적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손 전 의원이 2017년 5월 18일 목포시장 등과 간담회를 하며 '목포시 도시재생전략계획' 자료를 받아 개발 계획을 알게 됐고, 2017년 6월 15일부터 대의동 토지와 건물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목포시의 근대문화유산 활용이라는 순수한 목적과 함께 부동산 취득 후 시가 상승이라는 경제적 동기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그러면서 목포시의 1897개항문화거리 부동산 가격이 2017년 5월 180만 원, 2017년 9월 210만 원에 불과하다가 2019년 4월 고시를 앞두고 306만 원까지 상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이 2017년 5월 18일 목포시장과의 간담회 이전부터 이미 목포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이 자료를 받기 전인 그해 4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목포는 감동이다'는 글을 썼고, 5월 12일에도 '목포에는 일제강점기 가옥이 많다'고 쓴 것을 보면 자료를 받기 전부터 목포 구도심 지역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봤다. 또 2017년 7월 9일 팟캐스트에서 목포시를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매수를 추천한 것은 오히려 자신과 지인들의 매수를 어렵게 만든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부동산 매수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주된 매수 목적은 목포시 구도심 부동산을 직접 매수해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지역개발을 도모하려 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며 "시세차익이 (부동산 구입의) 주된 목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손혜원 "투기꾼 누명 벗어나 감사"

다만 손 전 의원이 조카 등의 명의로 목포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매입한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손 전 의원 등이 매매계약 체결을 주도한 게 명확해 명의신탁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보안 자료를 이용해 딸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 전 의원 보좌관 A씨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 전 의원은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나 "부분적으로 유죄가 있지만 중요한 부패방지법이 전체적으로 무죄를 받았다"며 "진실이 밝혀지는 데 3년이 걸렸지만 언론 공작으로 시작된 투기꾼 누명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정치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 자리까지 많은 분들의 눈물과 기도가 있었다"며 "제2의 고향이 된 목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원다라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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