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ㆍ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한국일보가 주최한 ‘2021 코라시아포럼’에서 최악의 갈등 상태에 놓인 ‘한일관계’를 두고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종전선언’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ㆍ대일정책에 반대하는 일본에 단호한 대응을 촉구한 반면, 윤 후보는 현 정부가 관계 악화를 초래했다며 책임론을 적극 부각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평행선만 달리는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올해 포럼 주제가 ‘신한일관계: 협력과 존중의 미래를 향하여’인 만큼 이날 행사는 양국 갈등을 대하는 두 후보의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먼저 축사를 한 이 후보는 “한반도의 전쟁 상태는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며 “일본 정계의 종전선언 반대에는 국익을 지키는 차원에서 뚜렷하게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입장에선 종전선언 반대가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지만, 전쟁을 끝내야 평화ㆍ공존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핵심 갈등 현안인 과거사(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및 영토(독도) 문제에도 “양국의 미래를 위해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양국 간 쟁점에 대한 입장과 진단보다는 관계 파탄의 원인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현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건 외교가 국익을 앞세우지 않고 정치로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반일 정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타협 불가한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뢰가 형성되면 과거사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며 “국내정치에 외교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 사람은 공히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내놓은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관계 개선의 출발점으로 상정한 것도 같았다. 이 후보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윤 후보는 “한일 ‘셔틀외교’ 채널 복원”을 각각 방법론으로 제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한일 과거사 문제와 미래 현안을 분리하는 ‘두 갈래 접근법’을 내놨다. 심 후보는 “외교는 외교대로 역사는 역사대로 협력 방안을 빨리 모색해야 한다”고 했고, 안 후보 역시 “과거사를 직시하면서도 경제, 과학, 국방 등 분야에선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투 트랙 실리외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당 대선후보의 견해를 공유하며 힘을 보탰다. 송 대표는 “식민지 통치와 제국주의 시대를 합리화하고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일본과 친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강경론으로, 이 대표는 “한일관계 경색의 원인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위안부 합의를 현 정부가 파기한 데 있다”는 책임론으로 소속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