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부동산 컨설팅업자 정재창(52)씨를 정영학(53) 회계사, 남욱(48) 변호사에게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뇌물을 건넨 것을 폭로하겠다며 150억 원을 요구한 뒤 120억 원을 받아간 것과 관련해 공갈 및 협박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최근 정씨를 공갈·협박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 3억5,000여만 원을 건넨 것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150억 원을 요구해 자신과 남 변호사에게 120억 원을 받아갔다"며 정씨를 고소할 의사를 여러 번 드러냈다고 한다. 이에 검찰도 정씨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정씨와 정 회계사, 남 변호사는 2013, 2014년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편의를 제공받을 목적으로 3억5,500만 원을 모아 건넸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을 정확히 3분의 1씩 나눈다'는 내용의 합의서까지 작성했다.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정씨는 남 변호사의 위례신도시 사업 지분과 자신의 대장동 사업 지분을 교환해 대장동 사업에선 발을 뺐다.
그러나 대장동 사업이 2015년 민관합동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땅값이 올라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씨는 다시 대장동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대장동 수익 150억 원을 주지 않으면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를 압박했다. 결국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정씨 입을 막기 위해 150억 원을 주기로 하고, 각각 60억 원씩 총 120억 원을 정씨에게 전달했다.
정 회계사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씨에 대한 고소를 언급한 건 120억 원을 돌려받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다만 법조계에선 정씨의 공갈과 협박 혐의가 인정돼도 정 회계사가 돈을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서 두 사람 자산에 대해 법원에 추징보전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뇌물이 건너간 사실은 드러났기 때문에, 정씨가 공갈·협박했다는 점만 입증되면 형사처벌도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120억 원이 대장동 개발 수익의 일부라면 범죄수익으로 간주될 수도 있어 두 사람이 챙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