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일관계의 구축을 위해 한일 언론인들은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본이 최근 기시다 후미오 총리 체제로 새 내각을 구성한데 이어 한국도 조만간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이 양국 간 협력을 위한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1년 코라시아포럼'의 네 번째 강연 프로그램 '특파원의 눈'에서는 한국과 일본 언론인들의 대담이 이뤄졌다. 논의에 참여한 김회경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과 도요우라 준이치 일본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은 각각 도쿄특파원과 서울특파원을 지낸 기자들이다.
대담에서 김 차장은 "일본의 강제동원이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 안보, 사회적 문제가 광범위한데,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문제까지 방치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일단 정부 간 신뢰 회복을 위해 (과거사 문제와 다른 현안을 분리하는) 투트랙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요우라 지국장은 "투트랙이라는 말에 일본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사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도 협력만 하자고 요청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강제동원 판결 등 한국에서 발생한 문제는 일본이 혼자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먼저 해결해줘야 할 역할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담자들은 내년 한국 대선의 결과가 "한일관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요우라 지국장은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에 비해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여당이 다수석을 차지한 국회의 반발이 있겠지만, 윤 후보가 조금만 (과거사 문제를) 양보해준다면 일본도 양보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계 회복을 위한 문화 교류와 언론 역할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김 차장은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일본 가와사키 지역에 취재를 갔을 때, 건물 밖에서는 혐한 시위가 이뤄지고 있는데, 카페 안에서는 K팝 '블랙핑크'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10대 소녀들이 '너무 멋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현실은 위기이자 기회인 측면이 상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와이드쇼와 같은 일본의 일부 방송 프로그램이 한국의 모습을 지나치게 왜곡된 형태로 보도하는 관행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