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달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불장난’ 경고는 먹히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의 이념 대립 조장을 비판하고 △초청국에서 빠진 국가를 틈새 공략하고 △대만을 겨냥한 위협수위를 높이며 쌍심지를 켜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선악 이분법을 물고 늘어졌다. 미국은 민주주의, 중국은 권위주의로 나누는 것에 대해 “미국이 민주주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반중 파벌과 대립,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주잉 시난정법대 교수는 25일 “미국 체제를 선전하는 해묵은 냉전시절 전술로 동맹국들의 충성심을 검증하려는 줄 세우기”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미국이 민주주의 가치를 독점하는 것에 줄곧 반대해왔다. 공산당 영도를 강조해온 중국 체제를 폄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직접 선봉에 섰다.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민주주의는 미국의 전매특허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고, 16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민주주의는 하나의 맞춤형 상품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중국이 결코 밀려서는 안 될 민감한 주제라는 방증이다.
미국은 110개국을 회의에 초청했다. 이에 중국은 명단에서 빠진 국가에 초점을 맞춰 대열을 흔들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시 주석이 지난 1년 10개월째 해외에 나가지 않는 대신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부장이 주변국을 방문할 때마다 가장 먼저 찾아가 공을 들여온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은 아시아 문화와 민주주의를 융합한 모범사례인 싱가포르가 빠진 것만으로도 이번 회의는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동서양을 잇는 가교인 싱가포르를 미국은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며 “미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편협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대규모 보이콧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만은 이번 회의에 옵서버가 아닌 정식 참가자로 초청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우, 대만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중국의 반대에 막혀 옵서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조차 불발돼왔다. 수교국이 15개로 쪼그라든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건 중국이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다름없다.
중국은 앞서 8월 미국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방침을 밝히자 관영 매체를 통해 “대만의 고위급 인사를 회의에 초청한다면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대만 섬 상공을 누빌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국이 실제 대만 카드를 꺼내자 중국은 반발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중국 전투기 출격을 넘어 대만 군용기나 미국 군함을 격추할 것이라는 험한 표현도 서슴없이 등장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중국이 누차 미국을 향해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미국은 대만을 끌어들여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