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치달은 한일관계... "과거 잊지 말되 미래를 보자"

입력
2021.11.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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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코라시아포럼] 김한정·마스카와 루이, 한일 의원대담


“미중관계, 동북아 정세가 위태로워진 이때, 한일관계 개선을 더 미루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김한정)

꼬일 대로 꼬여버린 한일관계의 회복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일 정치인이 만났다. 25일 ‘2021 코라시아 포럼’에 영상으로 참석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마쓰카와 루이 자민당 의원은 현재 양국의 관계를 “최악”으로 평가하며, 총선과 대선이 전환 기점으로 작용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세부 해결책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렷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지혜 되새겨야

우선 두 사람은 “미중 양국이 신냉전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안전보장 측면에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마스카와) 이라는 대전제에 동의했다. 양국에 주한미군, 주일 미군이 주둔해 동북아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한 사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김 의원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일관계 경색 국면을 풀어낸 때를 회상하며 “오늘날의 한일 관계를 보면 두 지도자께서 조금 많이 서운하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당시 생각은 분명했다. 과거를 잊지 말되 미래를 향해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사 문제 두고는 이견

그러나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전제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과거사 문제와 ‘미래를 향한 협력’을 구분하자는 김 의원과 달리, 마스카와 의원은 과거사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마스카와 의원은 “일본 입장에서는 지방법원이 외교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징용공(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해결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난제를 한국에서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신다면 다양한 부분에서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몇 년간 한일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이유는 상대방의 책임을 묻는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실천적 대안제시가 부족했던 것”이라면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천적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대선 ‘분위기’ 기대

두 사람은 코로나19로 줄어든 민간 교류부터 늘려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현재 한국은 백신접종과 감염 음성 확인서만 제출하면 일본인의 입국이 자유로운데 반해, 일본은 해외 신규입국을 금지하고 비즈니스 목적의 단기 체류·유학생·기능실습생의 신규 입국만 인정한다.

마스카와 의원은 “일본 국내의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악화는 정치인들의 책임”이란 반성도 뒤따랐다. 김한정 의원은 “한일 정치인들이 서로 혐한과 반일을 조장하는 정치적 언급을 자제하는 선언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외교도 사람이 하는 만큼, 선거 국면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길 기대했다. 마스카와 의원은 “커다란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는 양국이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관계”라며 “총리 교체, 대통령 선거 등 다양한 국면을 이용해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