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나 배터리를 포함한 첨단산업에선 협력 강화에 주력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특화된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선 해외 동반진출 기회도 모색해야 합니다."
한국일보 주최로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1 코라시아 포럼’의 ‘경제협력’ 분야 토론에서 제시된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 방향은 상생으로 요약됐다. 완성품 제조 능력을 갖춘 한국과 앞선 소재부품 기술력을 지닌 일본이 손잡고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야 된다는 미래 청사진으로 읽혔다. 이날 토론은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국제학부 교수의 사회로 강석구 대한상의 국제본부장과 모리야마 도모유키 서울재팬클럽(SJC) 이사장의 참여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선 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중요한 시장이란 부분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강 본부장은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대일 투자액 규모를 보면 2014년에 비해 3배 정도 늘었다”며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리야마 이사장도 “일본기업 설문조사에서 한국 진출 기업 중 32%가 흑자를 내고 있다고 답했다”며 “이는 아세아와 오세아니아 등 20개국 중 1위”라고 전했다.
다만 사회로 나선 박 교수는 양국 기업들의 협력이 활발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의문을 던졌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했고, 이후 일본 기업도 대만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합작해 자국 내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한국에 대해선 협력보단 경쟁쪽에 무게감이 실렸다는 지적에서다. 강 본부장은 “포토레지스트를 판매하는 일본 도쿄오카공업이 최근 인천에 생산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양국 개별 기업 간에는 교류가 활발하다”면서도 “다만 한일 간 정치적 문제로 새로운 경제협력의 기회가 막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기업들이 협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모리야마 이사장은 “한일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화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해외 발전사업 수주 프로젝트에서 협력해왔지만 최근 중국, 인도 기업이 성장하면서 한국 기업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면서 향후 한일 경제협력을 위해선 첨단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강 본부장은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기술을 갖춘 일본 도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헝가리에 합작법인을 세웠다”면서 “한일 기업 협력으로 배터리 기술 표준이 확립되면 양측이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강 본부장은 “한국과 일본이 수소 생산을 위해 중남미 지역에 사업을 타진하고 있지만 먼 지역에서 수소를 옮겨오는 건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한일 기업이 합작해 진출하면 중남미 지역의 정치적 리스크도 분담할 수 있어 합리적 선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