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성고문 사건 피해자 권인숙 "살육주범은 천수 누리고 사망"

입력
2021.11.25 10:00
'부천 성고문 사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런 폭압 가능한가, 우리 어떻게 살았나" 울컥
"사과 못 받아…5·18·형제복지원 등 양심선언 기대"
"윤석열, 전두환 정치 핵심이 '피'인데 잘했다니"

서슬 퍼런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을 억압한 전두환 정권. 당시 발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과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그런 시대를 살아왔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어떻게 한 사람이 그런 식의 폭압적 정치를 가능…모르겠다"고 감정이 격해지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권 의원은 24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5·18민주화운동 등 폭압에 희생당한 분들이 감정을 정리나 종료할 수 없게 이 사람(전두환씨)이 죽은 게 너무 답답하고 죄송스러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살육과 고문의 주범이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천수를 누리고 사망한 것"이라며 "제 사건은 역사적인 판단이 끝나 제 사건이 마음이 많이 쓰였다기보다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마음이 그때는 참 많이 생각났다"고 토로했다.




직선제 요구 커질까 성고문 사건 조작·은폐한 전두환 정권

권 의원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이자 해당 사건을 폭로하며 전두환 정권의 민낯을 알린 당사자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은 1986년 6월 당시 경기 부천서 소속 경장 문귀동이 여대생 권인숙에게 두 차례 성고문을 가한 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은 이 사건이 당시 재야와 학생운동 세력의 직선제 개헌 요구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고 이를 덮기 위해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했다.

서울대 의류학과에 진학하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 권 의원은 대학에 들어간 뒤 진로를 바꿨다. 그는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전경 수백 명, 수천 명이 학교를 꽉 채우던 환경에서 시작했다"며 "생각했던 미래로 갈 수 없는 조건과 현실이 모든 걸 압도했다"고 떠올렸다.

대학 입학 후 유학을 생각했던 권 의원은 "학생운동을 하면서 삶의 기준점, 사람 관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유학을 갔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전두환 폭압 정치가…모르겠다, 말이 흔들린다"

정권이 교체된 뒤인 1988년 7월 가해자 문귀동은 5년 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판결 이후 가해자 문씨는 물론 사건을 조작해 권 의원에게 무고죄를 덮어씌우려 했던 권력기관은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권 의원은 전했다. 전두환 정권의 2인자이자 실세였던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장의 "권양 미안해"가 전부였다.

권 의원은 "사과는 못 받았다"며 "그때 장세동이 국가배상 관련 재판에 잠깐 나온 적이 있었고, 저희가 그때 서울구치소에 찾아갔다. 그때 장세동이 '권양 미안해' 하고 (들어갔던) 기억은 난다"고 회상했다.


권 의원은 "우리가 그런 시대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이라며 "어떻게 한 사람이 그런 식의 폭압적 정치를 가능, 아 모르겠다. 말이 좀 흔들린다"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이어 "전씨 사망을 계기로 과거 5·18민주화운동, 형제복지원 등 관련자들이 새로운 마음을 갖고 양심선언과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며 "역사적 숙제는 정말 저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촉구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