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여의도 문법 바꾸길" 이준석 메시지서 김종인이 사라졌다?

입력
2021.11.25 08:00
윤석열·김종인 회동 이후 尹 강조한 이준석
"여의도 선거업자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
김종인 없는 선대위 출범?…"상황 변화 어렵다"
"선거 책임은 후보에게 있다" 윤석열 압박도

'김종인 체제'를 강조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메시지에 '김종인' 세 글자가 사라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 구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윤석열 중심'을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을 배제할 수 있다는 발언도 내놨다. 김 전 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이며 윤 후보를 압박해온 이전과 비교하면 메시지 내용과 톤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이 대표가 24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는 김 전 위원장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윤 후보를 돋보이게 했다. 이 대표가 글을 올린 건 이날 밤 10시쯤으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만찬 회동이 끝난 뒤다. 두 사람이 충돌하며 결국 결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전격 회동으로 고비는 넘겼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합류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의 결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찜찜한 결론으로 끝이 났지만, 두 사람이 한발씩 물러서며 김 전 위원장 합류 여지는 남겨뒀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가 돋보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이 대표가 남긴 글은 선거 기획에 대한 내용으로, 틀에 박힌 선거 운동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세 곡 응모도 여의도 선거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윤 후보 지지자와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글을 남기면서 여의도 선거업자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며 '정치 신인 윤석열'을 강조했다. 기존 여의도 문법에서 탈피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여의도 정치권 언저리의 선거업자들은 절대 젊은 세대의 집단적 창작 능력을 넘어설 수 없다"며 "후보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공간을 열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후보는 정치 신인이고 국민들이 후보에게 기대하는 건 여의도의 많은 문법을 바꿔 달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틀 전에도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당의 모든 사람은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의 생각을 따른다"며 "어떤 단위인지 관계없이 모든 선거는 후보의 선택대로 흘러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원들은 모두 윤 후보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후보가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아닌 다른 분이 총지휘하면 빨리 결정해야"

이 대표는 이튿날 한발 더 나아가 김 전 위원장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4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이 관장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준비해 왔지만, 다른 분이 총지휘를 하면 빨리 결정하고 주변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당부다.

이 대표의 메시지가 바뀐 건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기싸움이 더는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체제가 시작부터 삐걱거린 모습을 보인 데다 자칫 당내 갈등으로 번질 사안이기에 정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윤 후보가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면 김 전 위원장 편을 들 경우 논란만 커지게 된다.

이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큰 변화는 윤 후보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을 철회하는 것"이라면서도 "윤 후보 평소 인사 스타일을 볼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황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윤 후보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페이스북 글 뒤에 "(선거에 대한 결정은) 후보가 무한 책임을 진다"고 적었다. 선대위 논란에 대한 모든 책임이 윤 후보에 있다는 뜻이다. 김 전 위원장이 결단하기 전까지 윤 후보에 대한 압박 방식을 바꿔 김 전 위원장의 공간을 열어두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