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은 국내 신약 34호가 될 수 있을까.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펙수프라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연말까지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해 내년 상반기 정식 출시가 대웅제약의 목표다. 증권가에서는 펙수프라잔 판매가 시작되면 내년 하반기 100억 원 상당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웅제약은 국내 출시 전 펙수프라잔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미 지난해 중국과 중남미에 이어 올해 미국까지 단일 품목으로는 총 1조 원이 넘는 수출계약을 체결했는데, 기술수출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제품은 단 2개뿐이라 펙수프라잔 기술수출의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펙수프라잔은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P-CAB 계열 치료제다. 국내 임상 3상에서는 8주까지 점막 결손치료에 99% 치료율을 나타냈고, 투여 초기부터 가슴쓰림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도 보였다.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계열 치료제보다 우수한 약효와 안정성을 입증한 셈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6월 미국 소화기질환 치료제 전문회사 뉴로가스트릭스와 펙수프라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미국 임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뉴로가스트릭스는 최근 7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 내년부터 미국 임상 3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앞서 대웅제약은 중국 의약품관리국(NMPA)으로부터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아 내년까지 3상을 완료할 예정이다.
펙수프라잔 개발은 2007년 시작됐다. 해외 소송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대웅제약은 꾸준히 연구를 계속해 2016년 임상 1상에 착수했고, 3년 9개월 만에 임상 3상까지 마쳐 제품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 같은 결과를 끌어내기까지 2018년부터 가동한 '익스트림팀' 체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대웅제약의 자체 분석이다. 연구원이 여러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했던 기존의 연구 체제를 개편한 게 익스트림팀이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각각 팀을 구성해 하나의 신약 개발에만 집중하도록 하자 연구 몰입도가 높아졌고 의사결정 과정이 빨라졌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구성원들의 몰입을 통한 조직문화 강화가 신약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그동안 축적한 내부 역량을 기반으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DWN12088' 등 제2의 펙수프라잔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