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현장 이탈 순경, 지구대 배치 7개월 '시보' 신분

입력
2021.11.23 11:40
경찰 "감찰 조사 거쳐 징계위 회부 결정"
전문가들 "초임 경찰관 현장교육 강화해야"

흉기 난동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두고 현장을 이탈한 순경이 정식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인 시보 신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초임 경찰관에 대한 경찰의 현장대응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범죄 현장 이탈로 물의를 일으킨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 순경은 중앙경찰학교에서 신임 순경 교육(4개월)과 현장 실습(4개월)을 마치고 올해 4월 26일 현장에 배치된 시보 신분이었다. 경찰 시보 기간은 1년으로, 이 기간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면 정규임용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정식 경찰관으로 임명된다. A 순경은 내년 4월 정식 임용 여부가 결정된다.

A 순경은 이달 15일 오후 5시 5분쯤 인천 남동구 소재 빌라에 층간소음 갈등에서 비롯한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이웃간 흉기 난동으로 번진 현장 상황에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함께 출동했던 같은 지구대 소속 B경위와 함께 대기발령 상태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감찰을 거쳐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시보 경찰관도 정식 경찰관처럼 징계위 투표를 통해 징계 수위가 결정되고, 결정 이후 30일 내 소청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시보 신분인 A경찰의 미숙한 대처를 놓고 경찰의 현장대응 교육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시보 신분이라도 경찰에선 사실상 정식 임용된 인력으로 여겨지고 현장 인원도 빠듯하기 때문에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보통"이라면서 "다만 초임이 현장에 가면 매뉴얼을 완벽하게 알아도 대응이 쉽지 않고 개인차도 크기 때문에, 훈련을 더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시보도 엄연한 경찰이기 때문에 강력사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일선에 배치하기 전에 충분한 교육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인력난 등 내부 여건상 대면 교육이 어렵다면, 가상훈련(VT) 등을 활용해서라도 실전 교육과 훈련을 쌓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환직 기자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