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산부인과, 여성건강의학과로 명칭 바꾸자"... 왜?

입력
2021.11.23 11:00
이재명, 2030 남성에서 여성으로 구애 범위 확장
2030 남성 글 공유 해명… 청년에게 네 차례 사과
反페미니즘 논란 서둘러 진화해 여성 이탈 차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 선대위'를 앞두고 제시한 키워드는 '청년'과 '여성'이었다. 청년에게 머리를 숙이고, 청년 여성 맞춤형 공약을 내걸며 2030 표심 잡기에 힘을 쏟았다.

이 후보가 최근 2030 관련 행보에 집중하는 건 연령별 지지율에서 열세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40대는 이 후보, 60대 이상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쏠림 현상을 보이지만, 2030 표심은 안갯속이다. 이번 대선의 승패가 2030에 달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이 후보는 2030 남성 구애에 힘을 쏟았다. '이대남(20대 남성)'을 겨냥한 메시지를 잇달아 낸 탓에 '반(反)페미니즘으로 돌아섰냐'란 비판에 직면했다. 이 후보의 이번 메시지는 반페미니즘 이미지를 서둘러 불식시켜 청년 여성의 이탈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열한 번째로 '산부인과 명칭 변경'을 약속했다. '부인'이란 이름이 붙여진 탓에 미혼 여성이 발걸음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산부인과는 부인만 치료하나.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꿔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의료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 등 기혼 여성을 위한 병원이라는 선입견이 커 미혼 여성에게 산부인과를 찾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여성 80% 이상이 산부인과는 일반 병원에 비해 꺼려진다고 응답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또 산부인과 표기가 일제의 잔재라며 명칭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산부인과란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 잔재"라며 "여전히 여성 건강과 질환을 부인병으로 부르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여성 청소년과 미혼 여성의 병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좀 더 낮은 자세로 많은 영역의 신음 소리를 듣고자 한다"

이 후보가 청년 여성 맞춤 메시지를 낸 건 반페미니즘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30 남성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반페미니즘 논란이 일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한 청년의 글을 민주당 의원들과 SNS에 공유했다. 2030 남성을 설득하려면 페미니즘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일부에선 이 후보가 여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30 남성 구애 행보가 자칫 여성 표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이 후보는 이에 "글에 동의한 게 아니다. 저와 매우 다른 주장에도 외면하지 말고 직면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반페미니즘 논란에 대해 재차 해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030 남성의 글을 공유한 건) 좀 더 낮은 자세로 배제하지 않고 많은 영역의 신음을 들어보겠다는 차원이었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전혀 아니고 제 반성이었다. '이재명은 왜 우리 얘기를 들어주지 않냐'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들이 사회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차별받고 있고 격차를 감수해야 하고 엄청난 불이익이 있는 게 분명하다"며 "시정하기 위해 공동체의 의도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선대위 회의 당대표 자리에 청년 앉힌 이재명

이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제1차 전 국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선 청년들에게 네 차례나 사과했다. 이날 회의 명칭을 '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으로 꼽을 정도였다. 반성과 함께 청년 세대를 위한 미래 혁신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기성세대는 고도 성장사회에서 많은 기회를 누리며 기득권을 차지했지만, 청년들은 적은 기회 때문에 격렬히 경쟁해야 하고 이기지 못하면 좌절과 절망,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만든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역사상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만든 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무한 책임을 느낀다.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청년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며 자세를 낮췄다. 그는 "부동산 문제, 청년과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 가중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또다시 머리를 숙였다.

이날 회의에는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 그 자리는 취업준비생과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창업가 네 명이 채웠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