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도 '견원지간' 김진태·김어준, 첫 인터뷰 날 세우다 끝났다

입력
2021.11.23 15:00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별위원장
TBS 김어준 뉴스공장에 첫 출연
"박철민 결혼 축의금 5,000만원 어떻게 아냐"
김어준 "서신에 있다...확인 안 하셨네"

최근 국민의힘에서 출범한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를 이끄는 김진태 위원장이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설전을 벌였다. 특히 '이재명 조폭 뇌물설'을 제기한 조직폭력배 출신 박철민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펼치던 두 사람은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며 끝까지 옥신각신하다, 예정 시간을 넘겨 서둘러 방송을 마무리하는 일이 벌어졌다.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처음 출연한 김 위원장은 "반갑습니다. 처음 만나요.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진행자인 김어준씨도 "앞으로 보직으로 볼 때 자주 모시게 될 것 같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출발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처음부터 달갑지 않은 질문을 받았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2년 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윤 후보를 매섭게 추궁한 '저격수' 역할을 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윤 후보를 지원 사격하는 정반대 역할을 맡았다. 진행자가 이처럼 완전히 뒤바뀐 상황을 언급하며 소감을 묻자 김 위원장은 "뭐 그런 걸 물어보시냐"며 "윤석열 후보와 그런 악연이 있었지만, 하여튼 이재명 후보에 비해서는 훨씬 낫다"며 머쓱해했다.

탐색전이 끝난 뒤 지난달 국정감사장을 발칵 뒤집은, 이재명 후보가 조폭에게 돈을 받았다는 이른바 '이재명 조폭 뇌물설'을 주제로 인터뷰를 본격 시작했다. 김씨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20억 원을 뇌물로 전달했다고 주장한 박철민씨 주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신빙성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씨의 추궁(?)이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에 박철민이 전달했다고 한 돈다발 사진 속에 있는 박씨 명함에 나오는 카페는 2018년에 문을 열어 돈 전달 시기와 맞지 않는다고 진행자가 묻자 김 위원장은 "본인의 이야기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번에 나뉘어져서 이루어졌다"며 "성남시장이 아니라도 그건 성남시장일 때부터 돈을 주다가 경기도지사가 됐는데 딱 끊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두 번째 돈다발' 김어준 "3억7,000만 원 맞냐" VS 김진태 "확인 안 해"

진행자가 "두 번째 등장한 돈다발 사진은 3억7,000만 원이라는데 아무리 많이 봐도 1억 원이 안 되는 액수로 보인다"고 파고들자, 김 위원장은 "정확하게 액수를 다 세어 보고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본인이 전달한 액수는 알아야죠"라고 김어준씨가 따지자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가 따로 있고, 제가 박철민의 대리인은 아니라 (모른다)"고 했다가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물러섰다. 이어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수사 당국에 화살을 돌렸다.

조폭 출신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와 박철민 간 엇갈린 주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절 뇌물을 받았다는 박씨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김어준의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본인은 "박씨를 모르며, 심지어 박씨가 10억 원을 자신에게 제시하며 허위제보를 부탁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박씨는 "이씨가 지난 2016년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을 냈을 정도로 이씨와 서로 잘 안다"고 맞서고 있다.

먼저 박씨가 "코마트레이드에 근무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전 대표는 "급여를 한번도 지급한 기록이 없으니 근무했다면 그 증거를 내놓으라"고 반박한 점을 김어준씨가 언급하자 김 위원장은 "그런 것까지는 알 수가 없다"며 "접견하면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박씨가 결혼식 참석의 증거로 이준석이라는 이름이 씌어 있는 방명록을 제시했지만, 이 전 대표가 필적 감정 결과 자신의 필적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온 점을 김어준씨가 언급하며 "박씨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또 다른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가족이 찾아서 방명록을 내놓으신 거고, 수백 명 이름 중에 이준석이라는 이름이 있었다"며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여러 근거 중 하나다. (이준석 이름이) 적혀 있는 걸 가족들이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어준씨가 "가족이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자, 김 위원장은 박씨가 이 전 대표에게서 받았다는 결혼 축의금을 언급하며 다시 화제를 돌렸다.



김진태 "박철민 축의금 어떻게 아냐" VS 김어준 "서신에 있다"

그리고선 축의금 금액을 어떻게 알았는지를 두고 두 사람은 잔여 방송 내내 '티격태격' 설전을 벌였다. 김어준씨가 먼저 "(조폭출신) 이준석 전 대표가 '5,000만 원을 현금으로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 텐데 수표로 내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태 위원장은 "(김어준씨가) 처음부터 그렇게 축의금이 5,000만 원이라고 하셨던데 금액을 어디서 들으셨느냐"고 질문했다.

김씨는 "박철민씨가 서신에 5,000만 원이라고 주장했지 않았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 서신을 직접 보셨느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이 사장으로부터 저희가 사본을 전달받았다"며 "수감 시절에 전달받은 서신 열몇 통이 있는데 사본을 저희가 받았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김어준 라디오에 출연한 적 있다. "인터뷰를 하려면 주장의 근거를 미리 확인해야 되니까 편지 사본을 요청해 받은 뒤 그 내용을 보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당연하지 않냐"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즉각 "여기 뉴스공장은 진행할 때 출연하는 사람을 미리 사전에 만나서 의논하고 나오느냐"고 따졌다. 그는 "제가 (라디오에서 나온) 그 이야기를 보고 저만 못 봤나 하고 공개된 인터넷에 박철민의 옥중서신을 다 봤지만 '5,000만 원'이란 이야기가 없었다"며 "금액은 어디서 나온 이야기냐. 저는 금액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김씨는 거듭 "편지 안에 5,000만 원 언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제가 (박철민씨) 접견을 가서 축의금을 주더냐고 물었고 얼마인지도 묻고 들은 후 외부에다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 뉴스공장에서 5,000만 원 축의금 이야기가 나왔다. 편지에도 나왔다고 하던데 우리가 찾아볼 때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진태 "출연자와 사전 논의?" VS 김어준 "검증 당연, 자료 안 봤나"

김씨는 이준석 전 대표가 라디오 출연할 당시 모든 편지 사본을 줘서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 안에 5,000만 원 내용이 있다고 거듭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어느 한쪽 편을 무조건 그렇게 믿고, 근거를 확인하지 않으면 잘못하면 큰 봉변 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김어준씨는 "공당의 위원회의 위원장인데 당연히 어떤 주장을 하시면 다 자료가 있겠거니 생각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위원장님이 자료를 다 안 보신 것 같다"고 되받아쳤다.

김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고 해당 서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오늘 중으로 제시할 수 있다"며 "제시하면 주장하신 게 잘못됐다고 바로 인정하시는 겁니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제시 못 하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겁니다"라고 맞서면서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약속을 받아 낸 김어준씨는 실제로 방송이 거의 끝나갈 무렵 "박철민씨가 이준석에게 2021년 6월 등기로 보낸 6장의 편지 중 첫 장에 등장하는 축의금 관련 내용을 그대로 읽어드리겠다"며 "'이준석 형님께서는 3,000만 원 벌금을 해결해주시고, 국제랑 틀어졌어도 제 결혼식에 참석하셔서 5,000만 원 축의금을 주시고 가셨습니다'라는 문구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축의금 내용은 2021년 3월 9일 박철민씨 페이스북에도 그대로 게재돼 있었고, 그 캡처본도 있다"며 "이 서신 사본을 김진태 위원장에게 전달하겠고, 김 위원장의 코멘트가 있다면 내일 뉴스공장에서 전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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