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이 없어 대기하는 확진자 수가 1,000명 수준에 육박한 가운데 22일 방역당국이 수도권의 코로나19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주까지 ‘중간’ 정도라던 위험도를 한 주 만에 두 단계나 끌어올린 것이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당국은 병상 수요 예측이 빗나갔음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늦었다”고 입을 모은다.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뒤쫓아가기 바쁜 형국이 됐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방역 강화나 비상계획을 더 머뭇거리면 의료 대응 체계가 ‘셧다운’될 거란 위기감도 높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월 3주차(14~20일)의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전국은 ‘높음’, 수도권은 ‘매우 높음’, 비수도권은 ‘중간’으로 분석됐다고 22일 밝혔다. 전 주에 각각 ‘낮음’, ‘중간’, ‘매우 낮음’이었던 것과 비교해 모두 올라갔다.
특히 ‘높음’을 건너뛰고 한 주 만에 제일 위 단계로 올라간 수도권은 핵심 지표들의 악화 양상이 두드러졌다.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2주차(7~13일) 땐 69.5%였는데, 3주차엔 77.0%로 급상승했다. 의료대응역량 대비 발생 비율도 같은 기간 55.2%에서 70.1%로 치솟았다. 정은경(질병관리청장)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표 악화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앞으로 병상 대응 여력이 많이 어려울 거라는 점을 고려해 수도권을 매우 높음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병상 대기자 수도 심각성을 드러낸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 확진자 907명이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대기 중이다. 이 가운데 무려 4일 이상 대기한 사람만도 137명이다. 그간 당국은 하루 신규 확진자 5,000명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병상을 늘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 확진자 3,000명 안팎 수준인데도 병상은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827명,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3.3%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작 3주 만에 상황이 이렇게 나빠진 건 정부의 예측 실패 때문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병상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접종 면역 효과가 예측보다 빨리 떨어지고, 고령층 감염이 확산되다 보니 중증 환자 비율 역시 예측 당시보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가 늘어도 위중증 비율은 비슷할 거라 예상했는데, 위중증 비율이 덩달아 늘어버린 것이다. 10월 1주(3~9일)에는 위중증 환자가 전체 확진자의 1.56%였다. 이 수치는 10월 4주(24~30일) 2.36%로 뛰었다. 이는 60세 이상의 감염이 늘어서다. 이달 들어선 더 늘었다. 10월 4주 24.5%였던 확진자 중 고령층 비율은 11월 3주에 35.7%로 올라갔다.
이에 방역당국은 고령층 추가접종(부스터샷)에 더 속도를 내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요양병원·시설에 있는 44만 명은 이번 주 중 추가접종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본부장도 “추가접종을 18~49세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며 “가능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당국은 ‘방역패스(접종완료·음성확인제)’에 유효기간을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백신을 맞은 뒤 면역력이 유지되는 6~9개월 정도만 유효기간을 인정한 해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방역패스 인정을 받기 위해 추가접종을 빠뜨리지 않고 받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추가접종을 강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중수본은 지난 두 차례 행정명령으로 준비 중인 추가 병상이 이번 주부터 차례로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지난 5일 행정명령에 따른 수도권 준중증 병상 402개가 다음 주까지 마련된다. 호전된 위중증 환자를 준중증 병상으로 옮기면 중환자실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현재 3일 이내인 병상 전원(스텝 다운) 속도를 더 높이고, 병상 대기 중인 환자는 재택치료에 준해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비상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많은 저항이 있겠지만 의료 마비를 막으려면 부분적으로라도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인구 밀집 지역에는 유연하게 별도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동형 병상을 대규모로 만들 계획을 짜놔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