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2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55)씨와 남욱(48) 변호사 등을 기소하는 것으로 의혹의 핵심 인물들인 '대장동팀'을 모두 재판에 넘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이 사업 과정에서 정치인과 법조인을 상대로 벌였다는 각종 로비 의혹과 사업 승인에 대한 성남시 등 '윗선'의 개입 의혹에 대해선 이렇다 할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계속 수사하고 있다"는 검찰이 향후 내놓을 이들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가 결국은 대장동 수사 전체를 평가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실체 규명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수사론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아들 퇴직금 50억 원' 뇌물 의혹이 꼽힌다. 검찰은 앞서 곽 전 의원 아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최근엔 곽 전 의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곽 전 의원도 직접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곽 전 의원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 검찰로선 부담스럽다. 뇌물로 보고 있는 퇴직금이 직접 곽 전 의원에게 지급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곽 전 의원이 이 돈의 지급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부터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만만치가 많다. 일단 검찰은 이 돈을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를 막기 위해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측에 압력을 행사해 주고 받은 대가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곽 전 의원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법조계 유력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특검에 임명되기 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고,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근무했다. 특히 검찰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박 전 특검의 딸이 분양받은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 1채가 '대가성 있는 뇌물'일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 친·인척이자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동 토지의 분양대행사 이모 대표가 김만배씨로부터 109억 원을 전달받아, 이 중 100억 원을 토목업자 나모씨에게 전달한 경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왜 김씨가 이씨에게 거액의 돈을 줬는지, 나씨에게 넘어간 100억 원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본부장도 주요 수사 대상 중 한 명이다. 검찰은 황 전 사장 사퇴 과정에 성남시가 개입했는지 여부도 파악 중이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환경영향평가 관련 로비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성남시의회 개입 의혹도 주목된다. 특히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은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민간 사업자들과 관계를 맺고 각종 편의를 봐준 인물로 지목돼 왔다.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 임원으로 근무하며 성과급을 챙긴 것은 물론, 화천대유로부터 30억 원의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까지 연루가 돼 있다.
정치권에선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연관성까지 검찰이 들여다볼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사업 각종 인허가의 최종 책임자였다. 유동규 성남도시공사 전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들 사이의 관계나, 사업 구조가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이 후보가 인지하고 있었는지 파악하는 게 향후 검찰 수사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결국 여론의 관심은 정치권, 성남시 등에 대한 로비 의혹"이라며 "대장동팀을 기소한 지금부터가 검찰을 평가할 수 있는 본 게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