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2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5)씨 등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민간사업자 3인방을 재판에 넘겼다. 9월 29일 전담수사팀 출범과 동시에 대대적 압수수색으로 포문을 연 지 54일 만이다. 다만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히지 못해 수천억 원대 부동산 개발 이익의 전모가 명쾌히 드러나지 않았고, 정치인과 법조인 로비 의혹의 실체도 규명되지 않아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대장동 사업 원년 멤버이자 설계자인 정영학(53) 회계사도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구속은 피했다. 그가 검찰에 자진 출석해 녹취록을 제출하며 수사 도우미를 자처한 점이 고려됐다.
검찰 수사결과를 요약하면 사건의 본질은 '대장동 5인방'이 공모한 부동산 시행 비리다. 김만배씨 등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구속기소)씨와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47) 변호사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큼 성남도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공모지침서 작성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의 편파 심사, 사업·주주협약서상 성남도시공사의 초과이익 환수조항 누락 등 모든 과정에서 민간이익이 극대화되도록 공모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공소장에 적시된 이들의 배임 액수는 구속영장에 기재된 금액보다 다소 늘어났다. 영장에는 예상택지개발 분양가를 고의로 평당 100만 원가량 축소해 651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봤지만, 공소장에는 화천대유의 시행 사업으로 공사 손해가 1,176억 원 추가돼 최소 1,827억 원으로 배임액이 불어났다. 이는 화천대유가 수의계약으로 시행한 5개 블록 가운데 지난해 분양 완료된 4개 블록에 대한 산정액이며, 나머지 한 곳은 시행이익이 아직 특정되지 않아 '상당한 시행이익'이란 표현이 공소장에 담겼다.
배임액이 좀더 구체적으로 특정된 것을 제외하면, 20일 전 김만배씨 등이 구속됐을 때보다 진척된 수사내용은 없었다. 검찰은 유동규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의 통화기록이 담긴 유씨 휴대폰의 포렌식 기록을 지난 19일 넘겨 받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성남도시공사에서 민간사업자들의 손발 역할을 했던 정민용 변호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다, 24일 첫 공판을 앞둔 유동규씨는 수사 협조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윗선 규명과 로비 수사는 특검의 몫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대선이 석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검사가 20명 넘게 투입된 수사에서 구속기간 20일간 추가 범죄사실이 없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김만배씨 구속 이후 유경필 부장검사 등 수사팀 7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과 건강이 악화한 김씨의 출석 불응으로 수사에 어려움은 있었다고 설명하지만, 유 부장검사의 경질 등 악재가 겹쳐 수사팀 분위기는 침체돼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여 수사 동력이 떨어진 데다 대선까지 다가오고 있어 검찰이 새로운 판단을 내놓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이날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사실을 특정했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김만배씨는 유동규씨에게 특혜를 제공해준 대가로 2020년 10월 30일 70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올해 1월 31일 화천대유 돈으로 5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허위급여 지급 방식으로 화천대유 자금 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남욱 변호사는 정민용 변호사에게 천화동인 4호 자금을 빼돌려 35억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가 자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검찰은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50억 원 수령 의혹을 비롯한 '50억 약속 클럽'과 정치인 로비 의혹 등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