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미스코리아 진(眞) 최서은
▲나이: 26세
▲국적: 한국
▲학교: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순수미술 회화과
▲장래희망: 작가 겸 배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 와 보니 후보자 40명이 모두 재능과 개성이 특출 나서 누가 당선돼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진'으로 당선될 거라곤 감히 상상도 못했죠. '선'까지 불리고 나서 '진'만 남았을 때 집에 빨리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한편으론 열심히 했으니까 노력한 만큼 이뤄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남보다 어떤 게 낫고 못났다는 생각보단 제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저는 그렇게 완벽하고 다듬어진 사람은 아니니까 그냥 제 모습을 보여주고자 마음 먹었던 것 같아요. 털털하고 많이 웃고 개그 본능이 있는 제 솔직한 모습을요.
자기 PR 심사 때는 블랙핑크의 랩과 춤, '사랑의 불시착' 손예진 배우의 연기를 준비했어요. 조금 밋밋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는데 심사위원들과의 소통에 집중한 거 같아요. 저라는 사람이 평가를 받는 자리이지만 상호작용을 하는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거든요. 인텔리전스 심사 때는 미투 운동에 관한 질문을 받았어요. 대략적으론 준비했지만 막상 심사위원들 앞에 서니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미국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일들이고, 젊은 세대 사이에선 계속 이야기되는 부분이니까 어렵다기보다는 문제 자체가 예민해서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막막한 건 있었어요. 대본을 외우듯이 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를 편안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거 같아요.
저는 외동딸인데, 친화력이 좋고 사람을 좋아해요. 초등학교 졸업하고 열네 살 때 혼자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갔어요. 중학교 때부터 홈스테이를 하면서 다른 가족과 지내서 눈치가 빠르고 어떻게 하면 사람과 빨리 친해지는지를 알아요. 부모님이 강하게 키워서 멘탈이 강한 편이죠. 학창 시절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예체능이나 미술을 너무 좋아하니까 그런 전공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뉴욕에 있는 미대를 장학금 받고 당당히 들어갔답니다. 뉴욕에서의 생활은 즐거웠어요. 친구들과 재밌게 지냈지만 자유로우면서도 바른 생활을 했죠. 제가 보기보다 겁이 많거든요.
저는 한국에서도 살아보고 미국 생활도 해봐서 큰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에 대해 익숙해진 것도 있고요. 하지만 졸업 후에는 꼭 한국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냥 한국이 너무 좋고 한식도 좋아하거든요. 혼자 된장찌개나 미역국도 끓여먹곤 했어요. 졸업하고 2019년 5월쯤 한국에 들어와서 다양한 사회 경험을 했어요. 학원 강사도 하고 모델 일도 하고 방송국 조연출도 해봤죠. 부모님께서 '미스코리아 나가보지 않을래?' 물으셔서 좋은 경험이겠거니 하고 도전했어요. 작년에 미스 서울 대회에 나갔는데 탈락했죠. 아무런 준비가 안 돼있었으니까요. 두 번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고 선포를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이번엔 철저히 준비해서 나가보자 싶었고, 올해 다시 도전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다니 꿈만 같아요.
제가 당선되고 나서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어요. '진'에 당선되면 울어야 하는데 너무 당황해서 눈물 대신 땀이 나더라고요. 하하. 저의 눈물을 부모님이 대신 흘려주셨죠. 대회 마치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나 큰일 났다. 진이 됐다" 하니까 우시더라고요.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제가 기대는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거든요. 서울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냈고 지역 타이틀만으로도 멋있고 자부심 가져도 되는 거니까 만약에 안 되더라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었는데... 예쁘게 낳아주시고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제가 아마 최고령 미스코리아 진이 아닐까 싶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더욱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해요. 저는 장수가 꿈이거든요. 이 세상에 볼 것도 많고 할 일도 너무 많아요. 친구들에게도 '120살까지 같이 살자'고 해요. 나이가 핸디캡이라고 생각은 안 해요.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미스코리아 당선 이후에도 인생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마지막 프로필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다방면으로 보여드릴 게 많은 사람으로 느껴지고 싶어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활동을 하고 싶고요. 어떻게든 버티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나갈 생각입니다.
제가 모델 활동을 해보니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이 있더라고요. 그걸 잊지 못해요. 본선 대회에서도 패션쇼를 했는데 더 걷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카메라 뒤에서 하는 일과 앞에서 하는 일 두 가지를 모두 하는 게 꿈이에요.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미술사를 부전공해서 원래는 큐레이터를 꿈꾸기도 했어요. 그림을 만들어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제가 원하는 전시 기획을 온라인상에서 구성해서 보여드리고 싶은 꿈이 있어요. 예전에 다큐 조연출 할 때도 보는 눈이 있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거든요. 연기에도 관심이 많아서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영어를 잘하는 장점을 살려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어요.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잘 해내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