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를 겨냥해 세율을 2배 가까이 올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다. 과세기준을 기존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렸지만 주택가격 급등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은 종전보다 10만 명, 세수는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초강력 종부세 고지로 보유 부담이 커졌지만, 주택을 팔 때 내는 양도세율 역시 만만치 않아 증여 급증세가 계속되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해 내야 할 종부세 고지서를 22일부터 보낼 예정이다. 종부세 고지 당일 기획재정부도 ‘2021년 주택분 종부세’ 관련 기자설명회를 연다. 종부세 신고·납부 기한은 다음 달 1~15일이다.
앞서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높였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종부세 납세자는 약 10만 명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연초 이후 9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 누적 상승률은 6.24%로, 지난해 같은 기간(2.45%)의 2.5배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추산한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76만5,000명 안팎이다. 기존 과세 기준(9억 원)을 유지했을 때(85만4,000명)보다 약 9만 명 줄었으나, 지난해 실제 납세자 수(66만5,000명)와 비교하면 10만 명 늘었다.
세수 역시 지난해 1조4,590억 원에서 올해 5조7,363억 원으로 3.9배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를 산출하는데 중요한 공시지가와 공정시장가액 비율, 종부세율이 연이어 오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주택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 6억 원(1세대 1주택자는 11억 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한다. 그런 다음 과세표준 구간마다 종부세율을 곱해 최종 세액을 산출하는데, 당장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에 달했다. 14년 만의 최대 오름폭이다.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난해 90%에서 95%로 높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종부세율도 2배 가까이 뛴 게 종부세 폭탄에 기름을 부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이나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율은 기존 0.6~3.2%에서 1.2~6.0%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 82㎡와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텐즈힐아파트 84㎡ 2채를 갖고 있다면 올해 종부세로 7,553만 원을 내야 한다. 2020년(2,993만원)의 2.5배다.
세 부담으로 매물이 증가하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할 것이란 정부 기대와 달리 시장은 이미 거꾸로 가고 있다. 각종 규제로 주택 수요자의 가계대출을 옥죈 데다, 고율의 양도세 부과로 다주택자가 집을 팔 ‘퇴로’까지 막으면서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역대급 증여가 계속되는 점도 정부 기대를 허무는 부분이다. 각종 세 부담에 다주택자가 증여로 돌아서면서 연초부터 9월까지 아파트 증여건수는 6만3,054건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 증여가 이뤄졌던 지난해 같은 기간(6만5,574건)과 비슷한 규모다.
심 교수는 “증여 열풍과 공급 부족으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해 부동산 시장 혼선은 계속될 것”이라며 “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