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통장을 보니 야간수당과 휴일수당 일부가 빠진 거 같아 회사(병원)에 문의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월급명세서를 주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고, 신고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걱정됩니다.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이번 달 초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제보 이메일 중 하나다. 앞으로는 이런 제보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19일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임금명세서를 의무적으로 주도록 해서다. 여기엔 해당 근로자가 야간·연장·휴일 근로를 얼마나 했고, 어떤 계산을 거쳐 얼마의 돈을 받는지 구체적으로 다 적어줘야 한다.
노동계에서는 좋은 취지지만 현실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정부는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위반하면 근로자 1인당 1차 30만 원, 2차 50만 원, 3차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직원 10명인 회사가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으면 1차로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낸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부가 적발해내지 못하는 이상, 근로자들이 직접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청에 진정을 하는 것은 실명을 전제로 하는데,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의 사장님을 신고하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임금명세서 익명신고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고용노동부는 행정 절차상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1일 직장갑질119가 '월급도둑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키로 한 이유다.
임금명세서 미교부와 허위·부실작성에 대한 익명 신고를 접수받아 위법이 확인되면 해당 노동청에 신고를 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공익신고를 하는 식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으로 근로기준법 위반도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됐다.
박준성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 법제화는 지금까지 자신의 임금 내역을 알지 못해 체불사실조차 알 수 없었던 노동자들에게 임금체불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