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개미' 이재명이 주식방송 뜨자..."전문가도 구독자도 깜짝 놀랐다"는데

입력
2021.11.20 17:00
이재명, 주식방송 출연한 뒤 호평 쏟아져 
이재명 "공매도 폐지 아닌 제도 개선해야"
누리꾼들 "고수였다니, 주식 투명화 정책 기대"
와이스트릿 "李 해박함에 놀라…조회 수 급증"



"주식시장을 이렇게 잘 이해하는 정치인이 또 있을까 싶다. 이재명의 똑똑함에 놀랐다."
유튜브 채널 와이스트릿 댓글창

18일 이후 온라인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두고 이런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이 후보가 자본시장에 대한 정책과 자신의 철학을 밝힌 한 주식 방송이 공개된 날이었는데요. 이 후보는 리퍼블릭케이가 운영하는 자본시장 전문 유튜브 채널 '와이스트릿'의 '대선 후보 릴레이 토크 1탄, 1,000만 주식 투자자를 위한 대통령은 누구인가'에 출연했습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 △대기업 배당 확대 △장기·가치투자 문화 정착 △해외 주식 투자자 국내 투자로 유인 등 주식시장에 대한 평소 생각을 밝혔습니다.

①가장 큰 관심을 끈 발언은 개인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공매도 제도였습니다. "공매도 폐지한다고 하면 표를 주겠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면서 표를 의식한 발언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이 후보는 "공매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폐지하면 안 된다"며 "공매도를 폐지하면 선진국 지수(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편입이 안 된다. 선진국 지수를 포기하는 거라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분 내킨다고 그쪽으로 가버리면 큰일 난다. 당장은 달콤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손실이 발생한다"며 강조했는데요.

폐지는 아니더라도 제도 자체는 손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후보는 "실제 물량 없이 파는 건 범죄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상대로 기만하는 것이냐"며 "그런 경우 금융 민사상 제재뿐 아니라 형사 제재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차입공매도에 대해선 "영구 퇴출해야 하며 거기서 얻은 이익의 몇 배를 징벌적 배상시켜야 시장이 발전한다"며 "입장을 잘 정리해 조만간 (공약으로) 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는 또 부동산 투자금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오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②다만 이 후보는 2023년부터 적용되는 국내 주식 양도세(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관련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시장이 취약하니 보완 측면에서 면제했다면, (지금은) 세계 7, 8위 선진 시장이라 조세 제도도 맞춰가야 한다"며 "수입이 있는 곳에 조세가 있기에 원칙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건 시기를 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분 듣기 좋으라고 연기하자고 하면 좋겠지만, 정책 결정을 하거나 말하는 게 실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는 이에 "연기도 고려해보겠다는 (말씀이시냐)"고 되물었는데요. 그러자 이 후보는 "아니요, 이미 조세제도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미뤄야 할 합리적 근거를 만들지 못하면 정책 일관성이 없다"고 못 박았죠.




와이스트릿 "투자자들 속 긁어준 이재명…윤석열 출연 기대"

방송이 나간 뒤 누리꾼들은 이 후보에게 '천재명'이란 별명을 붙였는데요.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에 놀랐다는 반응입니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오래 고민하신 것 같다. 투명성과 기업 배당이 늘어나도록 대안을 만들어주면 좋겠다"(야***), "주식 고수였다니. 대통령이 되면 주식시장 활성화와 가치투자가 자리 잡도록 부탁한다"(봉*), "이 후보가 실용주의자란 걸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주식 시장 교란 요인을 없애주길 바란다"(서**), "개미투자자로서 현장 감각과 균형적 시각을 갖고 계셔서 다행이다"(유**) 등 호평했습니다.

제작진과 이 후보 측 모두 만족했다는 후문인데요. 20일 기준으로 해당 영상은 조회 수 14만8,000회를 넘겼습니다. 방송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내는 '좋아요' 비율도 97%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주식 전문가인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나 김정환 리퍼블릭케이 이사, 이대호 와이스트릿 편집장이 이 후보의 발언에 감탄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이 편집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보통 정치인이 나오면 채팅창에선 싸움이 일어나고 엄청난 비판을 받는데, 이날 방송은 저희도 의외였다"며 "'정책 스터디는 하고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경험에서 나온 깊이가 남달랐고, 투자에 대한 지식이 엄청 해박해 저희는 물론 구독자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 편집장은 "방송 구독자 수가 8만5,000명인데 이보다 많은 조회 수가 나왔고, 증가 속도도 엄청 빠르다"며 "염 이사나 김 이사 팬들이 슈퍼챗(채팅창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기능)을 보내주는데 금액도 크게 쏴줬다. 좌우 진영을 떠나 많은 이가 공감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편집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공매도와 양도세에 대한 발언을 높게 평가했는데요. 그는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공매도나 양도세에 대해 속 시원하게 얘기해주고, 출연진과 대화가 잘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편집장은 자본시장의 관심이 큰 유권자를 위해 다른 대선 후보들도 초대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다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과 얘기하는데 아직 답이 없다"며 주식 투자자들을 위해 출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재명 측 "주식은 모두의 관심사…'준비된 이재명' 보여줄 것"

이 후보 측은 대선 경선 때부터 금융전문가의 면모를 뽐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 후보는 평소 '왕개미'로 불릴 정도로 여의도 정치권에선 손에 꼽히는 투자 경험자로 알려졌는데요. 이날 방송에서 스스로 '한때 큰 개미로 불렸다.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어봤다"며 "선물옵션과 풋옵션도 해봤다"며 자신감을 보일 정도였죠.

이 후보의 주식 방송 출연은 ①'개미투자자 표심 잡기', ②'2030세대 구애', ③'정책 대선' 세 가지를 모두 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안 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주식은 청·장년층 모두의 최대 관심사죠. 무엇보다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2030세대 유권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구체적이고 뚜렷한 입장을 밝혀 이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이죠. 아울러 오랜 정치 경험을 통해 쌓아 온 '준비된 후보'란 점을 알리려는 계획이죠. 정책 대선으로 흐른다면 기선 제압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습니다.

이 후보 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 후보의 주식 방송 출연은 대선 경선 때부터 추진했지만 적절한 곳을 찾지 못했다"며 "최근 주식 관련 일정을 소화한 걸 보고 해당 유튜브 방송에서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주식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자산 형성의 주요 수단이기에 보호 장치를 제도화해 달라는 요구가 높다"며 "이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말하면 좋을 것 같았고 주식을 통해 이 후보가 '준비된 후보'란 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 측은 다른 주식 관련 방송에도 출연할 계획이라고 했는데요. 이를 통해 정책 토론의 장을 만들어 정책 검증 대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