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 걸리면 몇 년 뒤에 위암으로 악화할까?

입력
2021.11.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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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위염, 15~20년 지나면 위암으로 진행

소화불량이나 속 쓰림을 호소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위장약이나 소화제를 먹어 해결하거나 방치하지만 단순 위염 등 가벼운 위장병이 자칫 위궤양ㆍ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단순 위염에서 위암으로 진행되는 단계는 크게 5단계다. ‘단순 위염(표재성 위염)-만성 위염(표층성,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이형성증-위암’으로 악화한다.

단순 위염이 위암으로 되는 데에는 15~20년 걸린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악화할 위험이 각각 6배, 20배가량 높다. 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30대가 넘으면 1~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위암 예방과 조기 발견의 지름길이다.

◇맵고 짠 음식ㆍ알코올ㆍ커피 삼가야

단순 위염이 장기화된 만성 위염은 표층성 위염, 위축성 위염으로 나뉜다. 표층성 위염은 만성 위염의 초기 단계로 점막만 바뀌어 위 점막이 붉게 부은 상태다.

위축성 위염은 여기에서 더 악화돼 위 점막이 위축돼 얇아지고 혈관이 투명해진 상태다. 위축성 위염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맵고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이나 약물ㆍ알코올ㆍ커피ㆍ담배·스트레스도 흔한 요인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환자 스스로 위축성 위염 여부를 잘 자각하지 못한다. 드물게 상복부 불쾌감, 복통, 속 쓰림, 소화불량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장상피화생은 위 염증이 악화돼 점막 분비선이 없어지고 작은 돌기 같은 것이 무수히 생기며, 붉은 점막이 회백색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30대에 10% 내외로 시작해 40대에 30%를 넘은 뒤 70대가 되면 2명 중 1명 정도에서 발견된다.

박정호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축성 위염일 때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를 시행하면 위암이 줄지만 장상피화생이면 제균 치료가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고 했다.

이형성증은 장상피화생이 오래되면서 위 세포 모양과 크기가 변형돼 암세포와 닮아 가는 과정(이형성)이다.

◇위암, 국내 암 발생 1위

2020년 12월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위암은 2018년에만 2만9,279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 전체 암 발생 1위다. 전체 암 중 12%를 차지하고 있다. 암 환자 9명 중 1명이 위암인 셈이다.

남녀 환자의 성비는 2.1대 1로 남자가 더 많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8.6%로 가장 많았고, 70대 25.5%, 50대 22.0%의 순이었다. 하지만 30~40대 환자도 많아 거의 전 연령대가 조심해야 할 암이다. 젊은이들의 암은 전이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위암 초기에는 환자의 80% 이상에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3, 4기까지 진행된 뒤에야 구토하거나, 배가 쉽게 부르며,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진다. 체중 감소나 복통, 헛구역질, 구토, 식욕 저하, 더부룩한 증상, 공복 시 속 쓰림, 삼키기 어려움, 각혈, 혈변, 검은 대변을 보게 된다.

하지만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 위암 전 단계(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에서 잘 관리해 위암을 억제하면서 위암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김진조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조기 발견해 암 크기가 작고 점막층에 국한되고 암세포 분화도가 좋으면 위를 잘라 내지 않고 내시경하 점막박리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이 크게 발전했다. 복강경 위절제술은 환자의 배를 20㎝가량 절제하는 개복 수술과 달리 복부에 0.5~1.0㎝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 복강경과 복강경용 기구를 넣어 위와 림프절을 절제하는 수술이다.

전정원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위암의 조기 발견이 늘면서 위암 5년 생존율이 77.0%(2018년 기준)로 크게 높아졌다”며 “특히 조기 위암은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96.7%로 보고됐다”고 했다.

◇젓갈류ㆍ김치 등 염장 음식, 위 점막 자극

위 건강을 지키려면 맵고 짠 음식과 불에 탄 음식, 질산염이 많이 든 음식(소시지·훈제육 등 가공된 육류)을 피해야 한다.

젓갈류ㆍ김치 같은 염장 음식, 국ㆍ찌개 등은 위 점막을 자극해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을 일으킬 수 있다. 탄 음식에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튀기기보다 끓인 음식, 굽기보다 삶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밤에는 위산 분비가 줄어 소화가 잘 되지 못하므로 야식하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가 위에 좋다. 채소ㆍ과일에는 몸의 산화를 막아 염증 발생을 예방하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파ㆍ마늘ㆍ양파 등 백합과 채소와 신선한 과일이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위암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위벽에 치명적이다. 담배를 피우면 위암 발생 위험이 2~3배 높아진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