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정상회담 일전을 치른 중국은 내달 열릴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껄끄럽다. 미국이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옥죄려 한국,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초청했다. 이에 중국은 동맹을 뛰어넘는 다자주의를 앞세워 “미국은 고립, 중국은 개방”이라는 이분법으로 반격에 나섰다.
미중정상회담이 끝나자 중국은 유독 ‘개방’에 방점을 찍었다. 왕치산 부주석은 17일 블룸버그 신경제포럼 화상연설에서 “두 팔 벌려 세계에 더 많은 투자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와 고립돼 발전할 수 없고 세계도 중국 없이 발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리커창 총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행사에서 “중국은 공급망 안정과 거시경제정책 협력 강화를 위해 모든 국가와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고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로써 중국은 ‘동맹만 챙기는’ 미국과의 차별화를 부각시켰다. 글로벌 공급망이나 민주주의라는 그럴 듯한 표현을 앞세워 편을 가르는 미국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앞서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념과 진영을 나누고 집단 대결하다간 결국 세상의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행동에 옮기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올 1~10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전년 대비 17.8% 증가한 수치도 제시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메이 신유 연구원은 18일 “20년 전 세계무역기구(WTO)에 입성한 중국이 이제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선봉에 선 반면 미국은 갈수록 폐쇄적으로 변했다”며 “양국 정신과 경로의 차이가 향후 상대적 국력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닫힌 미국과 열린 중국으로 단순하게 구분해 중국의 우월성을 과시한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세계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매력을 앞세워 공세에 나섰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충돌을 막을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미중 무력시위가 실제 사태로 번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양국 국방 수뇌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지난 5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제의한 군 고위층 대화를 중국이 세 차례 거부했다”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웨이펑허 국방부장(장관)을 제치고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 부주석과의 통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쉬 부주석은 당 정치국 위원(25명)에 속하는 반면, 웨이 부장은 그 안에 들지 못해 중국 내 권력서열이 한참 아래다.
정상회담 후에도 미중은 신경전이 여전하다. 차관보급 화상통화를 제외하곤 미국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은 중국군 지휘부와 아직 접촉이 없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정상회담 직전 “우리는 소통을 원하지만 양국 국방장관 간 구체적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전면전을 막겠다’는 의중이 담겼다”고 평가하면서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뜸 들이고 있다. 환구시보는 “양국 군 수뇌부가 접촉하려면 ‘대등한 관계’라는 구조적 문제들이 정리돼야 한다”며 “미 정부와 군부 내에 반중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소통을 가로막고 심지어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