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지 말고 파이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두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8일, 시험장 앞에선 예년처럼 후배들의 떠들썩한 응원 대신 수험생 자녀의 용기를 북돋으려는 부모의 조용한 격려가 간간이 들렸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성이 신경쓰이는 듯 코 지지대를 꾹꾹 눌러가며 마스크를 고쳐 쓰는 수험생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일생일대 큰 시험을 앞두고 긴장되는 마음만큼은 여느 때와 같아 보였다.
입실이 시작된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수험생들은 속속 고사장이 마련된 학교로 들어갔다. 대중교통을 타고 와 걸어서 교문을 통과하거나, 교문 앞까지 부모님 차나 택시를 타고 온 이들이 많았다. 일부 수험생들은 부모님 손을 꼭 붙잡고 시험장에 왔는데, 교문 앞에서 포옹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입실 종료 시각이 다가오자 경찰차나 택시 등에서 내려 허둥지둥 고사장에 들어서는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시험장까지 찾아온 부모들은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자녀를 들여보내고도 한동안 교문 앞을 서성이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재수생 딸을 둔 표혜경(49)씨는 "뭘 몰랐던 첫 수능보다 오늘이 더 떨리는 것 같다"면서 "아이가 그간 준비한 것을 실수하지 않고 편안하게 풀어냈으면 좋겠다"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매년 고사장 앞 분위기를 고조시키던 고교 후배들의 응원전은 없었다. 대신 초콜릿 등 간식을 전하며 좋은 성적을 기원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재수생 친구를 응원하러 함께 서울 여의도고를 찾은 대학생 설준석(19)군은 "오전에 수업이 있긴 하지만, 친구 둘과 함께 오늘 수능 보는 재수생 친구를 응원하러 왔다"면서 "실수하지 말고 잘해서 서울대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대상 수험생은 전국 112곳에 마련된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들은 방역지침에 따라 개인 차량이나 구급차를 타고 시험장에 당도했다. '격리 고사장' 중 하나인 서울 서대문구 A학교에선 여학생이 오토바이 뒷좌석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수능 한파가 없다는 예고에도 수험생들은 옷을 따뜻하게 챙겨입은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쉬는 시간마다 창문을 열고 시험장을 환기하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박주희(18)양은 "(혹시나 추울까봐) 옷을 얇게 여러 겹 입고 왔다"면서 "감기 기운도 있어서 혹시나 콧물이 날까봐 마스크 여분도 세 장이나 챙겨왔다"고 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어도, 수험생들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여전히 의식하고 있었다. 자칫 감염이 현실화할 경우 수능 이후 대학별 고사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려 한다는 조모(21)씨는 "실기시험이 줄지어 있다 보니 방역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점심 도시락 메뉴는 죽, 주먹밥, 김밥 등 각양각색이었지만 다들 당국의 '혼밥' 지침에 맞게끔 식사를 준비해왔다.
올해 수능부터 문·이과 통합 체제로 치러지다 보니, 문과 출신 수험생들의 걱정이 상대적으로 커보였다. 재수생 김지명(19)양은 "수학이 가장 큰 걱정이다. 수능 최저등급을 맞출 수 있을까 두렵다"고 했다. 우민웅(19)군도 "문과 상위권 학생들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 같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여기고 노력했다"면서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