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도소를 탈옥한 북한 남성의 행방이 한 달 넘게 오리무중이다. 체면을 구긴 공안은 최고 70만 위안(약 1억3,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당국은 “범인을 은닉하면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누차 경고하면서도 검거와 직결될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지린성 지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탈북자 주현건(朱賢健·39)은 지난달 18일 담장 밖으로 도망쳤다. 오후 6시쯤 작업을 마치고 복귀하다 내부에 설치된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 비를 가리는 지붕을 넘어 달아났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시간은 불과 3분여에 불과했다. 고압 전류 철조망도 무용지물이었다.
주현건은 2013년 7월 탈북해 북중 접경 투먼의 가정집에서 세 차례 강도와 절도 행각을 벌이다 붙잡혔다. 2014년 3월 옌지시 인민법원은 징역 11년 3개월에 벌금 1만6,000위안을 선고했다. 법원은 형 집행을 마치면 그를 북한으로 추방하도록 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4개월이 감형돼 2023년 8월 출소 예정이었다.
지난달 19일 지린성 공안국은 탈옥수의 사진과 신상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름, 생년월일(1982년 10월 13일생), 신장(160㎝)과 함께 외까풀의 작은 눈, 갸름한 얼굴형, 교도소의 줄무늬 노동복을 입었다고 공지했다. 다만 탈북자 대신 “후커우(호적) 정보가 없는 조선족”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체포에 도움이 되는 단서에는 10만 위안(약 1,848만 원), 실제 체포로 연결되는 정보를 제공하면 15만 위안(약 2,772만 원)의 현상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목격자가 등장했다. 이튿날 네이멍구에서 온 승합차 운전사가 전날 동북 지역 말투를 쓰는 남성을 만나 남쪽으로 50㎞가량 태워줬다고 신고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과 신발 차림을 수상히 여겨 마트에 차를 세운 뒤 경찰에 알렸지만 이미 달아난 뒤였다. 확인 결과 탈주범이 맞았다. 같은 달 25일에는 교도소에서 12㎞ 거리 마을에서 주현건을 본 것 같다고 알려와 경찰이 주변 도로를 통제하는 소동을 빚었다.
하지만 탈옥수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달 9일 공안은 현상금을 최대 20만 위안으로 올렸다. 그 사이 좀 더 구체적인 제보가 날아들었다. 그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과 직선거리로 13㎞ 떨어진 마을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열었는데 자신을 신부 친구라고 소개한 남성이 탈주범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여럿 들어왔다. 이에 경찰은 반경 150㎞로 범위를 넓혀 수색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거리로 치면 서울에서 세종시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샅샅이 훑은 셈이다.
제보 내용에 ‘피로연’ ‘신부’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여론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탈주범의 도주를 돕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 7일 베이징에 폭설이 내리는 등 이달 초 중국의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빗발쳤다. 탈옥 20일을 넘어서자 일부 네티즌은 “이런 날씨에 동북 지역에서 야외에 숨어 있다간 사흘도 안 돼 굶거나 얼어 죽을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주현건이 중국 공안의 애를 태우면서 현상금도 폭등했다. 14일 지린시 공안이 현상금을 50만 위안으로 대폭 높이자 16일 랴오닝성 단둥시 콴뎬현 공안은 70만 위안으로 다시 올렸다. 중국 대졸 초임 평균 연봉 10년치와 맞먹는 액수다. 18일 헤이룽장성 둥닝시 공안도 50만 위안을 내걸고 가세했다. 콴뎬현과 둥닝시는 주현건이 탈옥한 지린시에서 무려 400㎞나 떨어진 곳이다.
사건 초기 15만 위안이었던 현상금은 4배 이상 불어났다. 탈옥 한 달이 지나도록 잡지 못한 초조함이 지역 간 무한경쟁으로 번진 셈이다. 동시에 "알고도 숨기거나 감싼다면 법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재차 주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텅쉰왕은 19일 "동네마다 길가마다 탈주범을 잡으려는 공안이 널려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