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박영수 등 '50억 클럽' 로비 수사 하긴 하나

입력
2021.11.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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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의 구속기간 만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검찰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민간 개발업자들의 공모 외에 윗선 개입 여부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은 여전히 밝혀진 게 없다. 검찰이 추가 의혹을 규명하지 않고 김씨와 남 변호사를 지금 수준에서 기소한다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특검이 현실화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은 지난 4일 김씨와 남 변호사를 구속한 뒤 열흘 남짓 동안 김씨를 단 세 차례 소환 조사했다. 수사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김씨가 건강상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실체는 절반도 규명하지 못했다. 배임 혐의만 하더라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포함한 윗선의 개입 여부는 여전히 의혹 수준에서 진척이 없다. 천문학적 개발 수익을 확보한 민간 개발업자들의 정·관계 로비 또한 말만 무성하다. 검찰이 윗선 수사는 물론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에게 건너간 50억 원의 대가성과 박영수 전 특검이나 권순일 전 대법관의 로비 의혹을 규명하지 않는다면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수사에 대한 불만과 함께 특검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심지어 유 전 본부장의 윗선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조차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하면 당연히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면서 특검 불가피론을 피력했다.

검찰이 김씨 등 핵심인물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특검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검찰 주변에서 기소 이후 추가 수사 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일단 핵심 인사들이 기소되고 나면 강제수사가 어려워 수사동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성남시 압수수색 지연 등으로 수사 의지를 의심받은 검찰이 남은 수사기간까지 미적대면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