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부족에 경기 중환자를 충청으로 보낸다? ... 방역당국의 위험한 선택

입력
2021.11.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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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에 육박하자 결국 경기도 중환자를 병상 여력이 있는 충청도 등 비수도권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병상 여력이 있는 비수도권에 중환자를 이송시켜서라도 비상계획(서킷 브레이크) 발동을 피해 보겠다는 얘기다. 중환자 이송은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대비한 병상 확보계획이 결국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의 감염병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78%에 달했다. 감염병전담병원에는 중환자와 준중환자가 수용된다. 수도권 전체의 중환자 병상은 76.4%가, 준중환자 병상 또한 77.2%가 사용 중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확진자 규모 자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전국 기준으로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 이상을 위드 코로나라 해도 일시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서킷 브레이크를 발동하는 기준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전국 기준으로 중환자와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각각 62.1%, 63.7%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확보 위한 '중환자 밀어내기'

방역당국은 수도권만 75%를 넘겼을 뿐, 전국 기준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병상 운영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수도권 지역 중환자들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수도권 내 다른 병원이나 충청권 이남 병원 등으로 옮기는 전원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론 당장 위급한 중환자를 이송시키지는 않는다. 상급 종합병원에서 거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의 이송 대상은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된 중환자들이다. 경기 거점감염병전담병원의 중환자들은 수도권 밖으로 이송된다. 그래야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창준 중수본 환자병상관리반장은 이날 “현재 경기도 중환자들을 가급적이면 병상여력이 있는 충청권 이남으로 이송해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환자 장거리 이송? 사망위험 높일 것"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중환자의 장거리 이송을 우려했다.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됐다 해도 호흡에 문제가 있는 코로나19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른 지역으로 중환자를 이송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한 음압 차량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 소방서에서 음압구급차를 보유한 소방서는 20곳에 불과하다.

이송된 뒤 잘 회복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엄 교수는 “입원이 풀리고 나면 평소처럼 본인의 집 근처 병원을 다니게 될 텐데, 코로나19 치료를 하지 않은 병원에서 향후 환자 상태 파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전 대응에 실패

결국 이는 방역당국의 대응 실패라는 지적이다. 백신 접종이 효과를 발휘한다 해도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 규모 자체가 불어나면 중환자 수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방역당국은 중환자 병상을 늘리겠다며 지난 5일 대형병원 등 수도권 의료기관에 코로나19 준중환자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이 또한 준비하는 데만도 한 달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사망 위험을 높이는 중환자의 타 지역 이송을 방역당국이 무리해서 하는 것은 민간 대형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여전히 없는 방역당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엄중식 교수 역시 “코로나 환자를 받으려 하면 간호사들은 사직 이야기를 꺼낸다"며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인력 충원 문제를 그렇게 수없이 강조했는데 역시나 정부 대책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5일 의료기관 병상 동원 행정명령 때 사실상 서킷 브레이크는 발동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지금으로선 부스터 샷 접종 일정을 더 앞당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