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추수감사절의 작은 기적

입력
2021.1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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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한 노숙자의 추수감사절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New Haven)의 만 43세 노숙자 엘머 알바레즈(Elmer Alvarez)가 2017년 11월 초 영하의 거리를 떠돌다 1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웠다. 수표에는 발행인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고, 그는 동료 노숙자의 휴대폰을 빌려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수표 주인은 자수성가한 여성 부동산중개업자 겸 자선사업가 로버타 호스키(Roberta Hoskie)였다.

전화를 받고서야 수표를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된 호스키는 수표를 돌려준 이가 노숙자란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작은 사례금을 주고 돌아온 그는 얼마 뒤 다시 알바레즈를 만나 학비를 제공할 테니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중개사 자격증)학교를 다녀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모든 과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소개했다. 22일 방송 인터뷰에서 호스키는 알바레즈에게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집과 생활비를 벌 수 있는 회사 내 일자리까지 제안했다. 고마움에 흐느끼는 알바레즈의 얼굴은 그해 미국인들이 누린 최고의 추수감사절 선물이 됐다.

뉴헤이븐 토박이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낸 호스키에겐 17세에 임신을 하면서 학업을 중퇴하고 어린 딸과 함께 여성 쉼터를 전전한 경험이 있었다. 만 20세 되던 해에 예일대 인턴 행정사원으로 취직했고, 직원 주택자금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집을 구입했다가 4년 뒤 집값이 4배나 오르는 '행운'을 얻었다. 그 길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 호스키는 2004년 '아웃리치 자산운용(Outreach Property Management)'이란 부동산 회사를 설립해 성공했고, 2006년 영세민을 위한 비영리 주택자금 지원재단(Outreach Foundation)을 설립했다. 그는 알바레즈의 정직한 모습에서 자신의 소명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취득한 알바레즈는 현재 호스키의 회사 파트너로 함께 일하며, 재단 이사로서 재단이 구입한 집 두 채를 노숙자 쉼터로 개조해 운영하는 책임도 맡고 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