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다녀와야 남자' 병무청 홍보 영상에..."공익과 갈라치기하나" 발끈

입력
2021.11.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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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급 판정받은 이에게 현역 기회 주는
'슈퍼힘찬이' 프로젝트 설명하는 대목서
"병무청의 시대착오적 인식" 비판 쏟아져

병무청이 최근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린 홍보영상이 부적절한 대사로 도마에 올랐다.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병무청 홍보 영상을 성토하는 글이 게재됐다.

병무청은 5일 유튜브에 '친구에게 듣는 군 생활 이야기'라는 영상을 게재했다. 군 휴가를 나온 남성이 친구들과 군 생활, 입영제도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설정이다.

논란이 된 대사는 남성이 '슈퍼힘찬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슈퍼힘찬이 프로젝트는 병역판정검사에서 시력이나 체중으로 4·5급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현역 입대의 기회를 주는 제도다.

남성이 "몸무게 때문에 4급 받았다. 그래도 현역으로 갔다 와야 내 성격이 허락할 것 같아서 슈퍼힘찬이 제도를 신청했다. 그래서 살 빼고 현역으로 입대했다"고 하자, 친구가 "하긴 네 성격 같으면 군대라도 다녀와야 어디 가서 당당하게 남자라고 얘기하고 다니지"라고 답한 게 논란이 됐다.



누리꾼들은 이에 '사회복무요원과 갈라치기하는 거냐'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육대전 페이지 이용자는 "현역 안 가면 남자 자격 박탈하는 나라가 있다? 놀랍고 또 놀랍다 대한민국"이라며 비꼬았다. 병무청 유튜브 계정에도 "여러분 군대 안 갈 수 있으면 가지 마세요. 몸 아파서 공익(사회복무요원) 가는 분들 이런 취급하는 국가입니다"는 댓글이 달렸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현역으로 군대 다녀와야 당당한 남자'라는 병무청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홍보영상에 그대로 담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헌신하는 청년들에 대한 심각한 비하 발언"이라며 병무청이 홍보영상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병무청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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