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질병’으로 불리는 염증성 장 질환의 일종인 크론병 환자가 2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2016~2020년 ‘크론병’ 건강보험 진료 현황’에서다.
크론병 환자가 2016년 1만9,332명에서 2020년 2만5,532명으로 6,200명 늘어 연평균 7.2%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0.4%(7,759명ㆍ202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30대 22.6%(5,774명), 40대 14.6%(3,729명) 순이었다.
조용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10, 2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육류와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어난 것이 발병률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리는 젊은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스턴트 식품 과다 섭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며 “젊은 나이에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이 발생하면 합병증ㆍ예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장년층 환자보다 좋지 않다”고 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지만 소장ㆍ대장에서 주로 발생하고 염증이 깊으며 띄엄띄엄 분포한다. 크론병은 희소 질환으로 분류될 정도로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지난해 환자가 2만5,000명이 넘을 정도로 부쩍 늘었다.
크론병의 주증상은 복통, 설사, 전신 나른함, 혈변, 발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이다. 3명 중 1명꼴로 농양 혹은 누공(瘻孔) 등 항문 주위에도 질환이 발생한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 초기 증상이 과민성장증후군과 비슷해 오진할 때가 적지 않다”며 “과민성장증후군은 잠자는 동안 복통이나 설사가 드물고, 체중 감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크론병을 방치하다간 장 폐쇄ㆍ천공(穿孔)ㆍ대장암ㆍ치루(痔瘻)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크론병으로 식욕 감퇴와 영양 결핍으로 인해 신체 활동이 떨어지고 근력까지 줄어든다.
크론병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ㆍ면역ㆍ환경ㆍ장내 미생물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돼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용석 교수는 “유전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여러 다양한 환경 요인이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 몸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면역 체계가 장내 세균총 변화 등의 계기로 이상 면역 반응을 일으켜 장 점막을 적으로 간주하고 지속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크론병 등 난치성인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가 많이 나와 있다. 항염증제ㆍ부신피질 호르몬제ㆍ면역 조절제ㆍ항생제ㆍ생물학적 제제 등이다. 특히 염증 발생에 관여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TNF-알파 억제제 등의 생물학적 제제는 증상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점막 치유 효과가 높아 많이 쓰이고 있다.
TNF-알파 억제제로는 애브비의 ‘휴미라(아달리무맙)’, 얀센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맵)’ 등이 있다. 인터루킨 억제제인 얀센의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와 항인테그린제제인 다케다제약의 ‘킨텔레스(베돌리주맙)’, 먹는 치료제인 JAK 억제제 화이자의 ‘젤잔즈(토파시티닙)’ 등도 있다.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990년대부터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α를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획기적인 치료약”이라며 “특히 최근 먹는 약으로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이용한 JAK 억제제가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약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수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