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지중해식 식단’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하자

입력
2021.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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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미 연세대 임상영양대학원 객원교수

얼마 전 40세 초반 여성이 찾아 왔다. 음식을 먹기만 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피부가 거칠어지고 몸 여러 곳이 아프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무얼 먹으면 좋을지 답을 얻기 위해 필자에게 온 것이다. 그녀의 식습관을 분석해보니 어릴 때부터 편식하고 있는 데다 과로ㆍ술ㆍ스트레스까지 겹쳤다. 섭취 열량은 충분했지만 필수영양소가 크게 부족했다. 전형적인 영양 불균형 상태였다.

필자는 음식 양과 종류를 점점 늘리도록 권했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출장을 간 그녀가 그곳 음식을 먹은 뒤 몸과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며 자신의 사진을 보내왔다. 몰라보게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원상태로 돌아가자 지중해식 식단으로 바꿔 활력과 건강을 되찾았다.

이 때문에 필자는 지중해식 식단 공부에 매달렸다. 지중해식 식단은 그리스ㆍ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사람들의 식사로,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이 지역 사람의 질병 유병률이 낮고 장수인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 식단임이 밝혀졌다. 게다가 노화를 늦추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며 암과 심장병, 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예방ㆍ치료에 도움된다는 연구도 많다.

필자는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과 ㈜에스푸드와 연계해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을 개발했다. 한국인 사망률을 낮추는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 섭취 비율을 근거로 만든 이 식단의 효과는 놀라웠다.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 그룹은 유방암 전이ㆍ재발과 관련 있는 비만과 대사 지표가 개선됐다. 이 식단을 택한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총콜레스테롤ㆍLDL 콜레스테롤이 줄고, 염증ㆍ인슐린ㆍ지방간 수치가 호전됐다.

최근 가공식품 섭취 증가 등으로 비만ㆍ대사증후군이 늘고,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많은 여성이 영양 불균형을 겪고 있다. 이에 필자는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을 이용해 건강 식단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특히 밥은 3분의 1(70g=100㎉)로 줄인다. 식사 외에 단순당을 적게 먹는다. 둘째,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어육류 식품을 꾸준히 적정량을 먹는다. 특히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고등어, 삼치, 방어, 임연수, 해산물, 연어, 참치)을 1~2 토막 정도 주 3회 먹고, 포화지방산이 많은 붉은 색 고기는 주 300g 이내로 줄인다. 흰 살 생선, 두부, 달걀, 콩류 섭취도 좋다.

셋째, 양질의 지방을 먹는다. 몸 세포막ㆍ뇌세포 등의 재료인 필수지방산 섭취는 필수다. 특히 오메가 3ㆍ6 지방산 섭취 비율을 1:1로 하고, 어려우면 1:8 정도까지 하자. 오메가 6 지방산을 오메가 3 지방산보다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서 세포 산화ㆍ만성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메가 3 지방산인 들기름ㆍ호두ㆍ들깨는 매일 1~2 스푼 섭취하고, 오메가 6 지방산 기름인 참기름ㆍ옥수수유ㆍ콩기름은 줄인다. 특히 튀김과 전 요리를 줄인다. 대신 오메가 9 지방산인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을 먹는다.

넷째,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최소한 140g 이상 매끼 섭취한다. 다섯째, 맵고 짜고 단 음식이나 튀김 등은 자제한다. 영양 균형을 고려한 한국형 지중해 식단으로 현명하게 택하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