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첫방] '옷소매', MBC 부진 깰 히든 카드 될까

입력
2021.11.13 09:46

MBC가 드라마들의 연이은 부진을 깰 필승법, 정통 사극 장르를 꺼냈다. 그간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 받은 정조 이산 이야기를 다룬 '옷소매 붉은 끝동'은 퓨전 사극 범람 속 정통 사극만의 진한 무게감을 내세운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새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이다.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날 방송은 어린 이산(이주원)과 성덕임(이설아)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생각시 덕임은 영빈(남기애)의 조문을 다녀오라는 명을 받고 홀로 영빈의 처소로 향했다. 이산은 영빈의 승하 소식을 듣고 슬픔에 휩싸였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됐고 사도세자의 친모인 영빈을 친할머니라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덕임은 이산을 왕세손의 배동으로 착각하며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됐다. 영빈 처소에서 함께 조문을 하던 때 영조(이덕화)가 들이닥치며 소란이 일어났다. 이산은 덕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처소를 빠져나가 화를 면했다.

이후 이산과 덕임은 각각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고 궐 안에서 다시 재회했다. 덕임은 내달리다가 발을 헛디뎌 연못가로 미끄러져 버렸고 우연히 이산의 곤룡포 자락을 부여잡았다. 이산은 물에 빠지려는 덕임의 허리를 엉겁결에 안으며 로맨스의 시작을 알렸다.


MBC 정통 사극 장르의 귀환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 이산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역사적 인물이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각색됐다. MBC '이산'이 대표적 예시다. 이 밖에도 '한성별곡' '바람의 화원' 등 과거 드라마에서 꾸준히 다뤄진 바 있다. '옷소매'는 정조와 그의 후궁인 의빈 성 씨의 이야기를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선보인다. 조선 최후의 부흥기를 이끈 정조가 의빈 성씨에게 승은을 두 번이나 거절당했던 일화를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옷소매'는 역사 고증에 한층 무게를 뒀다. 사료들을 중심으로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의 관계를 1회부터 차근차근 풀어냈다. 극중 이덕화의 폭군 영조 소화력 역시 분위기를 압도했다.

정통 사극이지만 현대적 관점도 같이 제시된다. 정조의 이야기가 익숙하기 때문일까. '옷소매'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정조를 재해석, 궁녀와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다.

'왕은 궁녀를 사랑했지만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옷소매'는 궁녀 성덕임의 삶에 방점을 찍었다. 극중 덕임은 자신이 직접 판단해서 이산을 위해 행동한다. 영조의 분노에서 이산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덕임의 영민한 판단 덕분이다. 이처럼 왕을 위한 궁인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MBC와 SBS의 금토극 대전 시작

2PM 출신 배우 이준호와 이세영이 정조와 성덕임을 맡았고 극 말미 짧지만 강렬하게 존재감을 남겼다. 이준호는 그간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기름진 멜로' '자백' '김과장' 등을 통해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수식어를 직접 떼며 입지를 다졌다. '옷소매'로 사극 드라마에 처음 도전하게 됐다.

상대 배우인 이세영은 드라마 '대장금' '왕이 된' 남자 등 사극에서 유독 빛을 발했던 터다. 원작 팬들의 가상 캐스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담았다.

동시간대 함께 출격한 SBS 금토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와의 접전도 흥미롭다. 이날 '옷소매'의 첫 방송분은 전국 5.7%를 기록, 순간 최고 시청률은 8.0%까지 올라 순항을 알렸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전국 시청률 6.4%의 기록을 보였다. 앞서 SBS '원 더 우먼'과 MBC '검은 태양'이 금토극 대전을 벌였으나 '원 더 우먼'의 완승이 이어졌다. 이에 MBC의 야심작 '옷소매'로 SBS와의 금토극 대결에서 웃을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인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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