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놀이터서 놀면 도둑" 입주민회장 해임, 투표로 가린다

입력
2021.11.12 15:42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다른 아파트 아이들을 경찰에 신고해 비난을 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해임을 입주자들이 추진하고 나섰다.

12일 인천 중구 영종도 A아파트 측에 따르면 이 아파트 일부 입주자들은 전날 오후 7시쯤 관리사무소에서 대책 회의를 열어 입주자대표회장 B씨의 해임 절차를 논의했다.

공동주택관리법과 인천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등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이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법령을 위반하는 등 해임사유에 해당할 때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자들이 어제 회의를 한 뒤 입주자 동의를 받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주자대표회장을) 선출할 때처럼 해임하는 경우에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련 절차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달 12일 A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 5명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아이들을 아파트 관리실로 데려가기도 했다.

한 아이는 "할아버지가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거 몰라?라고 했다"며 "우리에게 핸드폰, 가방을 놓고 따라오라며 화를 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아이는 "말도 못하고 무서워서 따라갔다"며 "할아버지가 커서 아주 나쁜 큰 도둑놈이 될 거라고 했다"고도 적었다.

한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도와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렸다.

청원인은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아이가 연락 두절 상태여서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며 "기물파손죄로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고 썼다.

그는 "달려가 보니 5명의 초등생이 관리실에 잡혀 있었다"며 "아이들은 연락을 받고 도착한 부모를 보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CC(폐쇄회로)TV를 봐도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없었다"며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논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지 아직 설명을 못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 부모들은 B씨를 감금 및 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다음주쯤 고소인 조사를 마친 후 B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환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