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바이든

입력
2021.11.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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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 생소한 문구 하나를 접한다. 에탄올이 10% 들어 있다는 안내이다.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을 휘발유에 섞는 것인데, 문제가 많다. 엔진을 손상시키고 연비를 낮추며, 에탄올을 만들 때 비용이 많이 들어 연방정부 보조금도 지급된다. 하지만, 중단하기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의 25%가 에탄올의 재료로 쓰이고, 옥수수 산출 1위는 아이오와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의 첫 번째 경선이 펼쳐지는 곳이며, 모든 후보들이 옥수수 보조금의 중요성에 동조한다.

몇몇 주가 미국 전체의 정책에 제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연방상원은 각 주당 2석씩 의석이 배정된다. 그래서 가장 작은 주 10개를 다 합쳐도 인구가 1,000만 명 정도로 미국 전체 인구의 3%도 안 되는데, 전체 의석의 20%를 차지한다. 대도시가 없고 유색인종이나 빈곤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도시 및 빈곤 퇴치 정책이 이들 주 출신 의원들의 반대로 규모가 축소되기 일쑤다.

사실 개별 주의 강한 권한과 힘은 연방헌법에서도 기인한다. 나라 바깥의 일이나 여러 주들 사이의 문제를 제외한 모든 권한이 주정부에 속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출생과 사망 신고도 주정부에 하고, 운전면허나 의사면허, 변호사 시험도 주정부에서 관리한다. 초·중등 교육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경제사회정책 집행이 주 차원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미국 전체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하는 정책을 연방 차원에서 추진할 때에는 보조금 제도(grant-in aid)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음주연령 상향 조정이다. 음주연령을 21세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킨 주에 연방정부가 막대한 고속도로 건설 비용을 보조해 주었다. 주정부가 가진 헌법적 권한을 연방정부가 침해할 수 없으니, 주정부가 '자발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면 그 대가로 연방정부가 다른 프로젝트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연방정부 정책의 간접 추진 방식인 셈이다.

1913년 연방헌법 개정을 통해 연방 소득세를 도입하여 재원을 확보한 연방정부가 뉴딜 시기를 거치면서 보조금 제도를 적극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1960년대를 거치면서 상당수의 장애인 정책, 환경 정책, 노사관계 정책 등도 이러한 방식으로 연방 차원에서 추진되었다. 지금은 주정부 예산의 3분의 1을 연방정부에 의존하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다양한 형태의 정책을 '돈'의 힘으로 추진하는데 성공하자, 주정부로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는 지방분권 운동도 생겼다. 특히,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일 때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정부를 중심으로 더 심하다. 연방정부 수입의 88%는 납세자의 소득에 따라서 부과되는 세금으로 충당되지만, 주정부의 수입은 18% 정도만 소득에 연동되는 세금이다. 따라서 지방분권을 통해 주정부가 권한을 확대할 경우,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은 줄어들고 주정부에 내는 세금이 늘 수밖에 없다. 고소득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연방 차원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정책들은 대부분 대통령 행정명령이나 연방의회 법안으로 입안했다. 이제 다음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에 긴장관계가 있는 정책들 차례이다. 의료보험, 인종, 경찰개혁 등 의제도 많다. 하지만 순탄하지 않을 듯하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정부들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연방정부의 코로나 백신 의무화 조치에 대해 10개 주가 소송까지 제기했다. 산 넘어 산이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