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 옥스퍼드에 유학했다면

입력
2021.11.14 18:00
26면

편집자주

21세기 당파싸움에 휘말린 작금의 대한민국을 200년 전의 큰어른, 다산의 눈으로 새로이 조명하여 해법을 제시한다.
200년 전 과학기술에 눈을 떴던 다산
현 세계 리더는 '개방형 혁신' 국가들
대선주자들 혁신기술 미래에 관심 갖길

큰어른 다산 정약용은 경세가로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자의 역량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마마를 앓아 눈썹이 빠지며 세 갈래로 나뉘는 바람에 '삼미자'로도 불렸던 다산은 마마로 세 자녀도 잃었다. 이를 계기로 마마가 호흡기로 전염되는 점을 입증하여 입 가리개(마스크) 사용을 적극적으로 보급하며 민생현장을 파고들어 '마과회통'을 저술하였다. 서역의 과학기술을 중국에서 번역한 '기중도설'을 읽고 곧바로 8개의 움직 도르레를 장착한 거중기를 설계하여 수원 축성에 응용하였다. 움직 도르레 하나가 추가될수록 힘은 절반으로 줄게 된다는 사실을 기초로, 8개를 장착해 1톤의 바위를 불과 4㎏의 힘으로 쉽게 들어올리게 한 것이다. 13년 공기의 화성 축성을 불과 3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그는 교육자이기도 했다. 천자문도 배우고 어린아이들의 도덕성과 창의력을 높이게 하는 신형교과서, '아학편'도 저술하였다.

이런 연유로 그는 루소, 드뷔시와 더불어 2012년 유네스코 선정 인물로 등재된 유일한 우리의 어른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오직 상상이라는 무기 하나로 교육과 과학과 문화라는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개척자적 반열에 오른 분들이다. 만약 그가 200년 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에 유학의 길을 밟았다면 아마도 종두법을 개발한 제너, 원자를 발견한 돌턴, 자기장을 알아낸 패러데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것이다. 200년 전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도전한 다산의 실학정신을 21세기의 수준으로 재해석한다면 그는 심오한 생명, 에너지, 우주라는 3대 축을 제시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21세기 빛의 속도로 경쟁하는 글로벌 세상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중대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들의 번득이는 두뇌를 자극하여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인식하고 거기에 온 에너지를 쏟는 리더십이 절박하다. 도, 중국, 한국 등 세계 젊은이들의 좋은 상상력을 진공처럼 빨아들이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네덜란드의 푸드밸리, 이스라엘의 실리콘와디, 에스토니아의 소프트밸리가 있다. 이들 혁신국가의 리더십은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에 공통점이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국가, 민족, 종교를 떠나 달나라까지라도 가서 모셔오겠다는 생각이다.

경상도 면적에 불과한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업수출국이다. 27년간 한결같이 농업부를 이끌어 온 맨숄트 장관의 노력으로 농업보조금을 없애고 농업혁신을 일으킨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구 3만5천의 바헤닝언 푸드밸리에서 국가 GDP(국내 총생산)의 10%를 만들어 낸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유대인들은 코로나 19 이후의 생명과학을 장악해가고 있다.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역설한 과학기술중심의 국가경영 3대 축에 생명과학이 자리 잡은 결과다. 그가 서거한 지 5년이 지났으나 그 정책 기조는 흔들리지 않고 이어진다.

1992년 소련에서 갓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오로지 나무밖에 없는 황량한 나라다. 독립 후 10년간 대통령을 역임한 일베스는 세계 최초로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통해 단위 인구당 창업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를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의 리더십이다.

과학기술이 경제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국민은 기억이라는 지긋지긋한 과거로의 여행이 아니라 상상이라는 안 가본 미래로의 여행을 원한다. 이번 대선, 소프트파워가 강한 풍부한 실학21의 리더십을 기다린다.



윤종록 한양대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