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건조할 때 갑자기 시력 떨어지면… 혹시 시신경척수염?

입력
2021.11.11 21:22

기온이 떨어지고 건조해지면 안구건조증을 비롯한 눈 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난다. 눈 질환 가운데 ‘시신경척수염’은 시력뿐만 아니라 근력까지 갑자기 떨어지게 만들고,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신경척수염은 시신경과 척수신경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몸 속 면역 체계가 정상 세포를 외부의 적으로 오인해 이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1894년 프랑스의 유진 데빅이 양측성 시신경염과 급성 척수염이 동시에 발생하는 신경성 면역 질환이라고 기술해 ‘데빅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신경척수염은 10만 명당 2~3명에게 발생하는 희소 난치성 질환이다. 시신경척수염 환자가 2015년 576명에서 2019년 1,499명으로 매년 2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시신경척수염은 특정 항체로부터 신경세포(뉴런)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공격을 받아 생기는 병이다. 신경세포를 따라 이동하는 정보 손실을 막기 위해 전선 피복처럼 절연체 역할을 하는 ‘수초(髓鞘ㆍmyelinㆍ말이집)’가 있다. 수초는 신경세포를 구성하는 신경돌기(축삭ㆍaxon) 겉을 여러 겹으로 둘러싸고 있는 인지질 성분의 막이다.

즉, 탈(脫)수초란 피복이 벗겨진 전선과 비슷하다. 전선이 벗겨지면 중간에 전류가 소실돼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수초가 벗겨지면 신경과 이어진 감각과 운동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시신경척수염 증상은 양측 급성 시각신경염과 횡단척수염이 동시에 혹은 몇 주 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급속한 시력 장애, 근력 약화, 보행 장애, 하반신 지각 운동 장애, 감각 저하, 요실금, 변실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시신경척수염 환자의 25%는 시신경염과 급성 척수염이 동시에 발병하고 몇 년 동안 재발하지 않지만, 나머지 75%는 수개월 또는 몇 년 간격을 두고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시신경척수염은 다발성경화증의 초기 증상이 비슷해 이 질환으로 오인돼 질환 진단이 늦어질 때가 적지 않다.

시신경척수염의 주증상인 시신경염과 척수염이 다발성경화증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신경척수염은 이전에는 다발성경화증 아형(亞形)으로 분류됐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항아쿠아포린4(anti-AQP-4) 항체’로 불리는 시신경척수염만의 특이 항체가 규명되면서 독립적인 질환으로 분류됐다.

현재는 ‘항아쿠아포린4 IgG 항체 검사’라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두 질환이 거의 완전히 구별되고 있다. 이 검사는 2015년 국내에서도 의료용 검사로 허가를 받아 대학병원을 비롯한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항아쿠아포린4 IgG 항체 검사는 환자에게 채취한 혈액에서 항아쿠아포린4 IgG를 검출ㆍ분석함으로써 시신경척수염을 진단한다.

시신경척수염은 한 번 발병하면 그 후유증이 심각해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만큼, 항아쿠아포린4 IgG 항체 검사로 조기 진단를 통해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이지원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시신경척수염과 다발성경화증은 모두 중추신경계의 염증 탈수초 질환(demyelinating disease)으로 뇌ㆍ시신경ㆍ척수를 반복적으로 침범한다”며 “이들 두 질환은 치료법이 다르므로 항아쿠아포린4 IgG 항체 검사를 통해 정확히 감별ㆍ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