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서민의 대통령 보고 싶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 적은 글이다. 전날 광주 5ㆍ18 민주묘역을 찾아 고개를 숙인 윤 후보는 하루 만에 전남 목포, 경남 김해를 동서로 횡단하며 통합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친노무현ㆍ친문재인 진영과 화학적 결합에 힘을 쏟는 사이 윤 후보는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후보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역에 꽃을 바쳤다. 잠시 묵념도 했다. 현장 분위기는 10일 광주 방문 때와 달랐다. 1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대통령 윤석열”을 연호하며 윤 후보를 환영했다. “우리는 왕을 뽑지 않는다” “윤석열 아웃”을 외치며 반발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윤 후보는 ‘노무현 정신’을 기리며 적극적으로 중도와 탈(脫)진보층을 끌어안았다.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과 반칙, 특권과 많이 싸우셨다. 기득권을 타파하는 것이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정신을 잘 배우겠다.” 노 전 대통령을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으로 치켜세우며 “노 전 대통령의 서민적이고 소탈한, 대중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는 모습이 저도 많이 생각난다”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과 검찰은 악연 중의 악연이다. 수뢰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논두렁 시계’ 보도를 흘리는 등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욕보인 것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한 사과 의향에 윤 후보는 “저는 더 이상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도 찾았다. “김대중 정신 하면 가장 먼저 내세울 것이 국민통합”이라면서 화해와 용서의 지혜를 배우겠다고 했다.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서는 “저를 반대하고 비판하는 분들도 다 존중한다. (대통령이 돼)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다 포용해 모든 분을 국민으로 모시겠다”며 진보 진영에 손짓했다.
윤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선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를 엮은 이 후보의 '조건부 특검 수용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 특검을 받을 거면 받고 못 받겠다면 못 받는 거지, 터무니없는 조건을 달아 물타기를 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권양숙 여사와 윤 후보의 만남은 불발됐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면담을 요청했지만 권 여사에게 다른 일정이 있어서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먼저 봉하마을을 방문한 이재명 후보는 권 여사와 4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당시 권 여사가 이 후보에게 “노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