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검찰의 증인 회유·압박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뇌물수수 사건’에서 검찰청 밖 파견검사가 증인 사전면담 절차에 참여한 것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김 전 차관 측이 "권한 없는 검사가 수사와 재판에 관여했다"고 지적하자, 검찰은 "실무상 파견검사도 공판유지에 참여한다"며 반박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박연욱)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3차 공판을 열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현금과 휴대폰 요금, 술값 등 4,3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그러나 올해 6월 “검찰의 사전면담 과정에서 증인이 훈련·유도돼 왜곡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뇌물 의혹을 부인하던 최씨가 1·2심 법정 증언 이전에 두 차례 검사와 면담한 뒤 “대가를 바라고 줬다”는 취지로 말을 바꾸게 된 경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선 '파견검사의 사전면담 참여'를 두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김 전 차관 측은 항소심 재판 전 사전면담에 한국거래소 파견검사 신분인 A 검사가 참여했다고 밝히면서 “(파견을 나가) 수사 권한이 없는 A 검사가 1심에서 무죄가 나왔던 상품권 부분에 대한 진술을 확인하고 새롭게 조사하는 등 수사에 준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 검사는 파견 전 최씨 조사를 담당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검사는 본인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여력이 되면 다른 청에 가도 의견서 작성 등 의지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파견 나간 A 검사는 (증인) 소환 주체가 될 수 없어, 다른 검사가 최씨를 부르고 A 검사는 면담에 참관한 것으로 적법성에 문제가 없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최씨에 대한 검찰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범죄사실 관련 내용은 이미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 신문했던 만큼, 이번엔 사전 면담과 1·2심 증인신문 상황으로 한정해 신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검찰과 김 전 차관 측 주장이 팽팽히 갈리는 만큼, 재판부가 주도적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씨가 출석하는 다음 공판은 내달 16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