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아웃 코로나 같아요" 보복음주·회식에 비틀대는 한국 사회

입력
2021.11.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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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린 대면교제 욕구, 위드 코로나로 분출
매일같이 술자리 일정… 자정 넘기기 일쑤
"확진자 증가세 부추길라" 방역 불안감 높아

"위드(with) 코로나가 아니라, 위드아웃(without) 코로나 같아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조치에 따른 영업시간 및 모임인원 제한 완화로 회식과 음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부작용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직장 동료나 지인들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면서 회포를 풀고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는 기대는 크지만, 코로나 시대 생활 패턴과는 딴판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모임에 대한 피로감 역시 깊어지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 및 중증환자 급증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방역을 해치지 않는 절제 있는 회식 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매일매일 약속… 다시 취해가는 한국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위드 코로나가 실시된 지난 1일부터 회식과 모임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그간 오후 10시 영업 제한과 사적모임 인원 제한으로 2, 3차 술자리가 어려웠던 터라, 이달 들어 자정을 넘긴 술자리가 뚜렷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억눌렸던 대면 교류 욕구가 그 원동력으로 지목되면서, 이런 현상엔 '보복 회식' '보복 음주'라는 명칭까지 붙었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그간 한 번도 못 봤으니 이제라도 제대로 보자'는 심산에서인지,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자마자 회식 일정이 잡히더니 이달 내내 저녁 약속이 꽉 찼다"면서 "밤이 깊어져 자리를 파할라치면 '벌써 집에 갈 거냐'면서 서로를 붙잡는 통에 술자리가 자정 넘어 새벽까지 이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술자리가 계속되자 난감해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그동안 쌓였던 '회식 욕구'가 집단 표출되면서 개인이 신체적·정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26)씨는 "직업상 외부 미팅이나 회식이 잦은 편인데, 위드 코로나 이후 회식이 더 잦아져 여가 시간이 확 줄었다"면서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엔 가족과 함께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매일같이 회식하며 회사 얘기만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 끝난 것 아닌데 불안해요"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취객들이 공공질서를 흩뜨리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음식점과 주점이 밀집한 종로, 홍대, 이태원 일대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거나 거리에서 잠드는 이들을 단속하려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잦아졌다. 용산구 소재 파출소 소속 경찰관 A씨는 "위드 코로나 시행 후 첫 주말에는 주취자 신고가 셀 수 없이 들어와 근무시간 내내 출동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관 B씨도 "주취자 신고 건수가 위드 코로나 이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며 "특히 오전 1~5시에 들어오는 야간 신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위드 코로나의 '해방감'에 휩쓸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각심이 지나치게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많다. 위중증 환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회식 자리가 동시다발적 집단감염의 진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개월 된 딸과 네 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이연경(33)씨는 "코로나 이후 일절 없던 남편의 회식 일정이 위드 코로나와 함께 속속 잡히고 있다"면서 "음식점과 술집에 사람들이 붐비는 걸 보면 '내 아이들을 지키려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