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 5ㆍ18민주묘지를 찾아 자신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ㆍ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망언성 발언과 이른바 ‘개 사과’ 논란에 대한 반성의 의미였지만 흉흉한 호남 민심을 달래기엔 미흡했다. 윤 후보 본인은 물론 국민의힘 차원에서 보다 진지한 자세로 희생자들에게 예를 표시하고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
5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민주제단을 점령하는 바람에 윤 후보는 제단 50여m 앞에서 묵념하고 준비한 메시지를 읽었다. “제 발언으로 상처받은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허리를 굽혔다.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다"고도 했다. 5ㆍ18묘지 참배 이후 전남 목포의 김대중기념관 방문,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으로 중도 확장을 겨냥한 통합행보도 이어갔다. 하지만 윤 후보의 사과는 지난해 8월 5ㆍ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은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의 퍼포먼스에도 못 미치는 모양새였다.
광주와 호남은 윤 후보 사과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일시적으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무릎 꿇고 절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정착되려면 내용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시민단체와 5월 희생자 유족들이 5ㆍ18묘지 앞에서 경비선을 구축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윤 후보 참배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인 데서도 광주 민심을 확인할 수 있다.
윤 후보가 일회성 사과로 호남 민심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애완견에게 사과를 주는 영상으로 조롱당한 광주 정신이나 충격을 받은 국민을 위한 보다 진정성 있는 참회가 필요하다. 조진태 5ㆍ18재단 상임이사의 주장대로 국민의힘 차원에서 5ㆍ18 관련 망언자를 제명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