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D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 1명이 40~50명의 환자들을 돌봅니다. 이 환자들 가운데 20% 정도는 식사보조까지 해야 합니다. 제발 간호사를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봐주세요."
10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간호사가 내놓은 호소다. 공공병원 간호사들의 희생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버텨낸 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공공병원 간호사들의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호소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공공의료를 지원하고 강화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도 예산 2,356억 원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난 9월 정부와 공공의료 확충에 합의했으나 이번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예산 반영을 위해 이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데 이어 각 당 대선 후보들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가 빠졌다고 주장하는 예산은 공공병원 신축과 이전을 위한 설계비, 국립중앙의료원 강화 등 인프라 예산에다 감염병 대응 보조인력 지원 등의 내용이다.
서울대병원 등 9개 병원의 간호사 등이 소속된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도 이날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7명’ 등 인력난 해소 대책을 촉구했다. 권은혜 의료연대 정책부장은 “지난 9월 복지부는 코로나19 병상당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마련해 10월부터 시범 적용한다 했으나 알고보니 '시범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얘기였다"며 “코로나19로 번아웃된 간호사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만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최대한 빨리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